오늘의 추천 노래: HYPNOTIZE - XG
아르바이트 중인데 오기로 한 마지막 고객이 나타나지 않아 2시간을 강제로 쉬게 생겼다. 이미 앞선 고객들을 기다리면서 갖고 왔던 책은 다 읽었다. 인스타그램 릴스도 질릴 정도로 봤다. 할 건 다 해본 셈이다. 오늘 너무 졸려서 커피를 계속 먹었더니 벌써 세 잔 째다. 할 게 없으니 또 추억여행을 해봐야겠다.
나는 한때 공연 보러 가길 좋아했는데 꼭 팬이 아니어도 관심 있는 곡이 있으면 콘서트에 무조건 갔다. 주로 간 건 아이돌 그룹의 공연. 여기서 찐 팬이 아니면 난감한 상황이 있었는데 옆좌석이나 스탠딩 옆순번인 분들이 나한테 꼭 자그마한 과자를 하나를 쥐어주면서 내 최애를 묻곤 했다. 이미 과자를 뇌물로 받은 상태라서 그냥 시민이라고 답하기가 참으로 어렵더라. 대충 생각나는 멤버의 이름을 대면 그다음 질문, "어제 ㅇㅇ에 나온 거 보셨어요?"
나는 웃으면서 "바빠서 못 봤어요"하고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호응해 주었다. 빨리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불빛이 꺼지면 혹은 스탠딩 입장이 시작되면 서로의 공연관람을 응원하고는 제 갈길을 갔다.
예전에 한 번은 위와 같이 대화하다가 내가 맞받아친답시고 "이번에 티켓팅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객석이 절반 조금 넘게 채워져 그 공연 자체가 피켓팅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대놓고 "나 덕후 아니에요" 선언을 한 것. 그때의 긴 침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