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업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점이다. 컨설팅 중인 회사도 주 1~2회 미팅과 그보다 빈번한 줌미팅으로, 개인 컨설팅과 강의도 매일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회사 퇴사 후 10년 이상을 그렇게 일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을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막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부동산을 확장해서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이상 내가 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니,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했다. 그 상황을 당장 바꿀 수 없었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내 몫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3~5번 부동산 사무실에서 중개 보조원으로 근무해야 하는 그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지금과 같은 인터넷 환경이라면 사실 물리적 거리는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을 뿐이지 마치 그곳에 가서 경험한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사례로, 유튜브만 잘 검색해도, 전 세계 어디나 작은 시골 마을에 직접 가보지 않아도, 골목골목을 거닐며 와이너리에서 맨발로 와인을 꾹꾹 누르는 체험을 하는 듯 밀착해서 보여주는 채널이 많다고 한다.
그뿐인가. 좋아하는 작가의 오프라인 북토크에 일일이 참석하기 어려워도, 운이 좋으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가 동료 가수를 집에 초대해 프라이빗하게 와인 한잔 하는 광경을 운 좋으면, 라이브 공연까지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생각은 동작구 모처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있다는 내 물리적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가설로 이어졌다.
나는 바쁜 업무를 마무리한 직후부터 퇴근 전까지(야근을 좀 하면 어떠랴!) 사무실 내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을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으며 무엇이라도 보고 듣고 읽을 수 시간이라고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자진해서 만든 [틈, 균열]그 시간을 ‘책상머리 안식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우리 집 경제는 신혼 초부터 부부가 함께 이끌어 왔는데 갑자기 내 수입이 줄어든다면? 이전만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편이 알아차릴지 모를 일이었다.
흠…
술술 진행된다 싶었는데 여기서 막혔다. 마음 편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식년을 보내려면 자금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