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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슈가 Nov 01. 2020

무료한 금요일엔 작은 상점에 놀러 와요

오늘의 상품을 누릴 권리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보통 이런 아이데이션은 일이 잘 안될 때 하곤 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쇼핑몰은 연일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만족한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주고 소개받은 고객은 어느 정도 검증된 쇼핑몰에서 구매하고 또 다른 고객에게 좌표를 알려주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몸은 바빴지만 흔히 말해 신바람이 나는 시기였다. 나는 그럴 때일수록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옛말처럼)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 쇼핑몰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라면 문제점은, 신상품 매출이 신상품 업데이트 공지 기간 동안에 60~70%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초반 러시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판매가 일어나는 것도 중요했다. 이 문제점도 해결하고 고객들도 즐거워할 방법을 나는 찾고 있었다.


그때였다. '올리브영'이라는 드럭스토어 카카오 플러스친구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드럭스토어였던 올리브영 마케팅 팀은 짐작컨대 내로라하는 마케터들이 모여있는 곳일 터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카톡으로 홍보 메시지가 날아왔다.


"올영 세일 단 4일간!"

"오늘만 올리브영데이 단독 할인"


세일 소식을 보고는 '이건 대박이야 놓치지 말아야 해'라는 마음이 들어서 바쁜 일과 중에도 일정표에 '올리브영 들리기'를 적어놓고 지하철 역에서 내리자마자 '올리브영, 올리브영, 올리브영'주문을 외우며 기어이 들러 평소 필요했던 상품들을 구매했던 기억이 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대박 찬스는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매월 몇째주에는 꼭 그런 특가 행사를 하는 주가 있었다. 올리브영 고객들은 평소에는 간단한 것들을 사다가 그 시즌에 필요했던 걸 왕창 사는 패턴을 보이는 듯했다. 심각하게 분석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마케터였던, 현재 쇼핑몰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자가 보기에 그랬다.


그때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타임 마케팅을 내 작은 상점에 적용해볼까. '엘슈가데이', '오늘의 상품'을 만드는 거다. 주기적으로 특정 요일에 타임 특가를 걸어서 방문을 유도하자는 것. 특가 상품은 그때 가장 핫한 것으로. 세일 폭은 좀 많이 한다 싶을 정도로. 2개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적용해서 한 개만 사지 않고 2개 이상 경험해 보도록 유도할 것. '엘슈가데이' 때 구매한 고객께는 무조건 작은 선물을 줄 것! 선물을 준다는 것을 미리 알리지는 않을 것!


이 정도면 숙제는 해결한 것 같았다. 그리고 큰 욕심을 내지 않고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을 '엘슈가데이'로 잡고 홍보 카드 뉴스를 만들어 올렸다. 결과는 어땠느냐고요?


소위 말해 대박이 났다

신상품 업데이트 초반에 몰렸던 매출은 한 달에 두 번 주기적으로 매출이 크게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업데이트 초반에만 매출이 몰리지 않고 이후 지속적 주기적으로 매출이 일어났다. 하지만 더 대박은 무엇이었을까? 큰 할인 폭에 무료배송, 거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사은품을 선물로 주었더니 고객들이 너무 좋아했다. 사실 수익 측면에서는 나에게 플러스 이벤트는 아니었다. 객단가를 낮추고서라도 엘슈가샵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나는 엘슈가샵을 즐겨찾기하고 '뭐 재미난 소식 없을까?'들러 주는 고객들과 함께할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그들과 어떤 재미를 공유하고 싶었다. 평상시 필요한 것을 찜해두었다가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에 사러 오는 고객도 있었다. 내 mkt. 플랜이 적중 한 것이다.


주문 시간대를 살펴보니 사람들은 대개 무료한 금요일 2시- 3시 사이 주문을 하곤 했다. 그리고 쇼핑몰에서는 구매한 고객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월요일 일괄 배송을 한다. 대폭 할인한 가격대로 '오늘의 상품'을 득한 고객들은 자처해서 후기를 남겨주었다. 또 생각지도 못했던 사은품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엘슈가 오늘의 상품' 너무 좋다는 말을 사이트 게시판으로, 메시지로, sns 댓글로, sns 다이렉트로 보내주었다.



엘슈가샵의 '오늘의 상품'이 팍팍한 회사생활을 견디는데 힘이 되어주었다고 말하는 고객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마케터 출신인 내가 고안해낸 프로모션을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즐거웠노라고. 지루한 회사생활에 금요일을 기다렸다가 상사의 눈치를 피해 그동안 골라놓았던 소품들을 특가 찬스로 구매했을 그대들의 모습이 어떤 날의 내가 떠오르는 것 같아 참 좋았다고. 내가 이 작은 상점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를 꼭 닮은 그대들을 쉽게 만나지는 못했을 거라고. 그러니 이 작은 상점을 오래 운영하길 정말 잘했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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