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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김에 Jun 30. 2021

살아가고 있다.

책을 싫어했던 아이.

요즘 나는 책을 사고 책을 읽는다. 책을 사는 건 남들이 보던 책을 보기 싫은 것과 소장하고 싶은 욕구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책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책을 펴기만 하면 잠부터 오는 아이. 책을 펼쳐놓고 잠을 그렇게 잤었다. '그때 책을 좀 봤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은 책을 좋아한다. 마음먹으면 금방 읽어내고 또 책을 찾는다. 글을 쓸 시간이 모자라 책을 잠시 멀리했었다. 어디서 본 글귀 책을 더 멀리하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책을 필사하는 것과 읽는 것은 적당히. 또 어디선가 필사의 결실을 맺었다는 글. 조금 헷갈리기는 하나 뭐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지 않겠냐 하는 게 모두의 생각이겠지? 나도 그렇다. 어렸을 때 생각나는 책이 있다면 단연코 미피 그림책. 글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글을 몰랐을 때 본 책일 수도 있기는 하나 그 시절의 나에게 그 책은 귀여운 토끼 그림이 다였다.


요즘 미피책(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내가 어렸을 땐 분명 그림책이었다. 나는 이 그림책을 탑처럼 쌓아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행복했었다.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행복했던 것은 확실하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았으니까. 미피 책아, 고맙다.


이 글을 갑자기 쓰게 된 것도 책을 읽다가 문득 책을 읽지 않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식하고 웃게 하는 어린 시절의 책을 싫어했던 꼬마 아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책을 읽지는 않았으나 가까이 두고는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책을 읽는 건 아닐까? 하는 긍정의 물음이 피어오른다. 나도 내 책을 가지고 싶다. 그런 실력은 안 되면서 책을 읽으며 질투 아닌 질투를 많이 했었다. '이런 건 나도 쓰겠다'라는 못된 생각과 자만심. 글을 써보니 책을 펴낸이가 진심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근래에 내가 다시 보기로 보았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도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온다. 작가의 이야기가 중점은 아니지만 책을 만드는 일인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도 한 발짝 또 나아간다. 내 책을 하나쯤은 가지겠다는 작은 소망부터 유명한 작가가 되어서 내 이야기가 방송으로 나온다면? 하는 커다란 소망까지. 오늘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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