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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USY Feb 16. 2021

소설 좋아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도 좋아했으면

이미지 출처: Pixabay


  라고 물으면 대부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간간히 좋아하는 작품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 거의 반드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때문에 황급히 다른 주제로 화두를 돌린다. 유튜브라던지 새로 나온 노래라던지, 뭐 그런 쪽으로.


  자연히 저런 질문을 하는 일이 줄었다. 처음에는 좀 섭섭했지만 차츰 어쩔 수 없지, 하며 포기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고 그것들은 즉각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소설처럼 세계관에 빠져들고 재미를 느끼기까지 뭉그적 뭉그적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라.


  그런 이유로 글을 그만 쓸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기억의 잔영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돌이켜보면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가장 확신이 넘치던 시기였다. 첫 장편으로 나름 인기의 반증이라는 베스트리그까지 올라갔고, 스토리가 절반쯤 진행된 시점에서 출판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변변찮은 홍보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영세한 출판사였지만 전업 작가를 고민할 만큼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기에 내심 좋은 결과를 기대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면 그다지, 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처참했다. 출판사에서 매달 보내주는 엑셀 파일에는 어떤 사이트에서 몇 권이 팔렸는지 정리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한 두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료로 풀리는 1권부터 이랬으니 이후의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더 열심히 하자와 이제 그만 접자. 홧김에 나온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글을 쓰는 시간에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재미라곤 없는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가닥이 있는데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이 부딪혔던 것이다.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지만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는 못했다. 전공 공부는 끝내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아무튼 끝마친데다 글은 여전히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이따금씩 사람들이 묻는다. 돈도 안 되는 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사실 나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돈이 되지 않은 글 따위 쓰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어도 크게 개의치 않다. 직업으로 삼기 어렵다면 취미로라도 평생 글을 쓸 생각이다.


  이미 한 번 출판의 쓴맛을 본 뒤여서 초연해진 건지, 아니면 '전업 작가'라는 꿈을 버리고도 잔불 같은 열정이 남아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단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계속 글을 쓰라고 종용하고 있다. 팔랑귀인 내가 이 설득을 뿌리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별 수 있나. 계속 쓰는 수밖에.


  음, 혹시 이게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걸까? 복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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