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Museum : Inside Heatherwick Studio
무더위가 지나고 짧은 오아시스 같은 가을이 찾아왔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하는 산책은 정말 즐겁다. 이때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나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어 아침에 곧장 디뮤지엄으로 가서 토마스 헤더윅의 전시를 만났다.
Beginning, Thinking, Making, Storytelling의 주제를 가진 각각의 방(Room)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헤더윅 스튜디오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를 통해 우리는
방마다 주제는 다르지만, 그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위 3가지 주제가 엮여 융단을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들의 작품은 러그에서부터 빌딩, 브리지까지 규모가 다양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이뤄져 있다.
천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방법은
지속적인 시도로 아이디어를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이다.
- 토마스 헤더윅
전시는 토마스 헤더윅의 초기작과 엔지니어, 디자이너, 건축 설계사 등 180여 명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그의 스튜디오를 영상으로 소개하며 여정을 시작한다.
영국에서 자라 어린 시절 발명을 공부하고 싶었을 정도로 남다른 면모를 가진 토마스 헤더윅은 맨체스터 폴리테크닉 대학교에서 3D 디자인을 전공했다.
다른 학생들이 작은 입체디자인을 졸업 작품으로 내놨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파빌리온을 만들어 냈고, 그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비범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디자인은 헤더윅이 학생 시절 때 직물을 손으로 접어 만든 실험적인 디자인이었다. 대개의 통풍구가 딱딱한 사각형의 형태를 띄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봤을 때 실험적인 디자인을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었던 그의 예술적 창작성과 용기에 감탄하게 되었다.
파터노스터 통풍구는 시작에 불과했다. 각각의 주제를 관통하는 방을 거칠수록 분절된 구조로 다리의 형태가 변화하는 지아딩 브리지, 사막의 극한 열기를 견딜 수 있도록 디자인된 알 파야 공원 등이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고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전시를 감상하면서 무엇보다 나를 만족스럽게 했던 점은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초기 아이디어가 담긴 헤더윅의 스케치와 프로토타입, 그리고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도면을 엿볼 수 있던 점이었다.
깊이 있게 볼 수는 없었으나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 사고 과정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디자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와 끊임없는 질문과 비평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명이나 구성면에서 사소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디자인 안목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전시라고 느꼈다. 10월 23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니 흥미가 있다면 들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