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내가 만난 외국인 노동자

by 와니

홍대에 있는 클럽 OI에서 DJ를 하고 있는 신행이형이 나를 파티에 초대해주었다. 거기에서 난 외국인 여행자 트로이와, 외국인 노동자 크리스, 밥을 소개받았다. 그들은 신행이형의 절친한 외국인 친구들이었다. 난 되도 않는 영어실력으로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쌩쇼를 해야 했다.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영어는 고작, ‘왓 두유 두’ 정도였다.


트로이는 학생으로서 대학교 레포트를 위해 한국을 배낭여행 중이라 했고, 크리스는 주한미군부대 내에 있는 미국인 유치원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고 했고, 밥은 비밀이라고 했다.


술자리에서 오줌이 마려워진 밥이 화장실로 가서 자리를 비울 때마다, 신행이형은 내게 ‘난 밥의 정체가 정말로 궁금해.’라고 말했다. 미국인 밥은 팔뚝 부분이 빨간 글씨로 ‘멸공’이라고 써진 미 해병대 군용잠바를 입고 있었다. 미 해병대 군용잠바에 써진 ‘멸공’ 이 두 글자가, 난 정말로 신기했다. 신행이형이 몰래 알아낸 바론, 밥은 CIA내에 있는 특수정보부대의 비밀요원이라고 했다. 난 덩치 크고 싸움 잘하게 생긴 밥이 충분히 그런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밥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는 ‘멸공’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꽁싼쭈의짜들 쓰러버려야 해요! 뻐킹 꼬뮤니스트! 뻐큐!”


그러자 신행이형이 밥에게 말했다.


“뻐킹 꼬뮤니스트! 유 알 블러디 나이스 가이! 맨~!”


‘너는 존나 씨발 좋은 새끼야.’라는 칭찬을 들은 밥은 문신이 새겨져 있는 두꺼운 팔을 위로 치켜들며 킬킬 웃었다.


신행이 형이 말하길, 매일 저녁마다 함께 술집에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데도, 밥의 지갑이 비어있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겉보기에 밥은 뚜렷한 일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였기에, 신행이형은 그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크리스는 술집에 있는 ‘처음처럼’의 광고전단지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연애인 김려원이 섹시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크리스로부터 시작된 미국식의 야한 농담들이 우리의 테이블 위를 요리조리 흘러 다녔다. 크리스는 여자를 엄청나게 밝히는 것 같았다. 이런 사람이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다니. 난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


술자리를 정리하고 클럽에 갔다. 신행이형을 따라 난 춤을 추고 있었다. 새벽3시나 되었을까. 갑자기 우리와 함께 있던 크리스가 클럽의 어딘가로 들어가더니 몸에 꽉 끼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는 마치 알몸의 외계인 같았다. 눈을 의심했지만, 크리스가 입은 옷은 갈색 ‘내복’이 분명했다. 내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다 붙잡힌 어느 정신병자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접한 적은 있었지만, 클럽에서 내복을 입고 나타난 DJ는 생전 처음이었다.

크리스는 DJ박스를 들고 부스에 올라가더니, 락버전의 애국가 음악으로 클럽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내복을 입은 외국인 DJ가 그것도 클럽에서 애국가를 틀다니! ‘뻐킹 코뮤니스트!’ 낮에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진정 한국을 사랑함이 분명했다.


새벽 5시 쯤 클럽을 함께 나오며, 나는 크리스가 나의 유일한 외국인 DJ 친구가 되었음을 느꼈다. 신행이형의 DJ 실력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크리스는 내게 애국가를 클럽에서 들려준 최초의 DJ로 남을 것이다.


학생신분인 트로이를 제외한 이 외국인 친구들은 어찌됐든 한국에서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난 여기에 짧게나마 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감상을 마치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은 다양하다. 나는 오직 그것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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