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다시, 유기견

by 와니

저녁을 사먹으러 가는 길에, 몇 주 전에 봤던 길 잃은 강아지와 마주쳤다. 강아지는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살아있었구나! 한 발 가까이 다가선 순간, 강아지는 반대방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먹을거리도 준비했는데…. 어느새 강아지는 저 멀리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또 강아지를 놓쳐버린 것이다.


실은 난 강아지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거라는 뉴스가 흘렀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강한 바람과 함께 연일 폭설이 내렸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한 동안 강아지가 안 보이자 그럭저럭 별 생각 없이 지냈는데, 강아지를 마주치고는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다.


철환이의 말에 의하면, 동물보호센터로 이송된 유기견의 절반 이상이 안락사를 당한다. 심장사상충 때문이다. 유기견들은 심장사상충 감염률이 절반 이상으로 높은데, 이를 치료하는데 돈이 더 들어가니까 확인 후 바로 안락사를 시키는 것 같았다. 저 강아지는 심장사상충에 걸려있을까? 강아지가 심장사상충에 걸렸다 하더라도, 미리 내 연락처를 동물보호센터 직원에게 알려준 후 치료 의사를 밝히면 강아지가 안락사를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인터넷에서 동물보호센터 연락처를 찾은 후, 전화를 걸었다. 어디 사는지에 답하자, 광산구청 생명농업과로 전화를 돌려줬다. 유기견 신고 전화센터는 통합적으로 운영하더라도, 관할은 해당구청 생명농업과에서 하는 모양이었다. 직원과 통화를 하며 유기견을 살릴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나는 신고만 하면 유기견 보호센터 직원들이 직접 출동해서 유기견을 잡아줄 줄 알았는데, 내가 직접 잡고 나서 신고를 해야 한다더라. 구청 직원도 안타까워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내가 강아지를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작지만 날랜 강아지를 잡을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어떻게든 뛰어들어 강아지를 잡을 수 있다 해도, 여러 가지 정황을 함께 고려해야했다. 강아지가 만에 하나 광견병이 있어 물리면 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직원에게 사람을 무서워하는 강아지라 도저히 잡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했더니, 트랩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오! 트랩? 딱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면, 트랩을 받으러 내가 직접 광산구청까지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원인 내가 평일 나인 투 식스에만 오픈을 하는 광산구청까지 어떻게 갈 수 있단 말인가.


주말에 숙직을 선 다음날 쉬는 틈을 이용하여 광산구청을 찾았다. TV동물농장을 보면 나오는 그런 트랩이었는데,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트랩 안에 든 먹이를 동물이 와서 건들면, 먹이와 연결된 고리가 문을 닫는 구조였다. 안에 사료를 넣어둬야 하나 고민했는데, 튀김 종류처럼 냄새가 나는 게 효과가 크다더라. 튀김? 그럼 어떤 튀김을 넣어야 하는 거지? 결국 나는 고민 끝에 편의점에서 2,300원을 주고, 제 정신으로는 절대 사먹을 리가 없는, 며칠 지난 것 같은 푸석한 닭다리를 하나 사야만 했다.


집에 오자마자 원룸 옆 주차장 구석에 트랩을 놓은 후 안에 닭튀김을 넣어 놓았다. 그리고 트랩 위에는 이런 문구를 써 붙였다.


“유기견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트랩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유기견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후, 트랩을 설치하였습니다. 확보한 유기견은 동물보호센터로 이송하여 치료할 예정입니다. 트랩 안에 있는 음식은 그대로 놓아주십시오. 트랩에 유기견이 들어오면 즉시 출동할 예정이오니, 아래 연락처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0완/010-0000-0000


설치한 트랩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어디에서 죽지만 않았다면 곧 유기견이 트랩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문이 열린 트랩은 사실 딱 봐도 ‘이건 함정이야 이 멍청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강아지가 영리한 강아지가 아니길 빌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창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혹시 강아지 대신 고양이가 트랩안에 들어온 걸까? 밖을 나갔더니, 트랩 안에 새끼 고양이가 들어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새끼 길냥이라니! 나는 처음에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나를 위협하는 행동도 그렇고, 고양이의 손과 입 주변이 더러워있는 걸 보아 길고양이인 것 같았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만, 그렇지 않은 고양이도 있다. 처음에는 사람에게 길들여졌지만 결국 길고양이가 된 처지거나, 애당초 길고양이로 태어났지만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먹고 지내는 고양이들이 그런 경우이다. 트랩 안에 갇힌 고양이는 길고양이로 태어나 사람을 경험해보지 못한 듯 했다. 나를 계속 피해 다녔고, 내가 손을 가까이 댈 경우에는 이빨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앞으로도 이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유기묘를 공동으로 키우는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강풀작가의 이야기도 내 입장에서는 훈훈하게 들렸다. 공동 생활하는 아파트나 동네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다. 이 일 때문에 종종 주민간의 대립도 생긴다.


길냥이에게 한 동안 먹이를 주다 안 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일회성으로 먹이를 주는 사람들에게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돌아올 수 있다. 최악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다가, 길냥이로 만드는 경우이다. 길냥이가 된 고양이는 통계적으로 3개월을 넘기기가 어렵다고 한다.


길 잃은 고양이를 길거리에서 볼 경우, 이상적으로는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게 어렵다면 동물보호센터에 맡겨 고양이가 입양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고양이가 안락사 당할 수도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를 키울만한 처지가 안 된다. 강아지의 경우도 내가 계속 키운다는 게 아니라 대신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만 잠시 맡아두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트랩 안에 갇힌 새끼 고양이는 사람 손을 안 탄 터라 안락사를 당할 수도 있었다. 걱정되어 철환이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새끼 고양이는 금세 사람과 친해질 수 있어 입양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다행이다. 나는 고양이가 새 삶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물보호센터에 연락을 했다. 겨울에 새끼 길고양이를 풀어주는 것 보다는 일단 동물보호센터에 보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동물보호센터 직원과 통화하면서 알게 됐는데, 사람 손을 안 탄 길고양이는 법적으로 중성화수술 이후 방생이 된단다.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점심이 지난 후에야 고양이를 받으러 갈 수 있다고 했다. 신고한 시간은 오전이었는데, 직원이 오는 오후까지 고양이를 바깥에다가 방치할 수는 없었다. 나는 트랩을 그대로 들어 고양이를 내 방으로 옮겼다. 새끼 고양이는 불안했는지 계속 울기만 했는데, 풀어줄 수도 없고 마음이 아팠다. 방을 어둡게 한 후, 자리를 비우자 고양이는 바로 울음을 그쳤다. 몇 시간 뒤에 문을 열어 고양이를 살펴보니 배가 고팠는지 닭고기를 다 먹었더라.


동물보호센터에 고양이를 보낸 후, 강아지를 잡기 위해 다시 트랩을 설치해야만 했다. 닭고기가 유인 먹이로는 꽤 괜찮은 것 같았는데,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 고민 끝에 나는 호남대 앞에 있는 ‘맘스터치’를 찾아가 닭고기를 지원받기로 했다.


(약간 곁다리로 빠지자면, ‘맘스터치’의 햄버거와 감자튀김, 닭튀김은 국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더 비싼 가격의 ‘로때리아’나 ‘뻐거킹’, ‘뻐킹프라이드’의 햄버거, 닭뒤김들이 맘스터치의 맛을 따라갈 가능성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단 하나, 필리핀 전 지역 KFC의 징거버거만 빼고는!/결론: 필리핀 KFC만 진정한 치킨임!)


맘스터치의 주인 아주머니에게 땅에 떨어졌거나 좀 오래 되어 못 먹게 된 닭튀김이 없는지 여쭤봤다. 아주머니는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그런 닭튀김이 생기면 꼭 연락을 주겠다하면서 내 연락처를 적어갔다. 그 마음이 감사하여, 점심은 맘스터치 햄버거 세트로 때우기로 했다. 감자칩이 조금 남았는데, 비닐에 싸서 집으로 가져왔다. 강아지를 잡기 위한 트랩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이 고양이를 데리고 가자마자 다시 트랩을 설치했다. 그 강아지가 트랩 안에 들어올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처럼 생각지도 못하게 길냥이가 다시 들어오거나, 심지어 닭, 너구리, 뱀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 좋다. 하지만, 부디 똘망똘망한 그 강아지가 한 번만 더 나에게 찾아오면 좋겠다. 매일 트랩에 맛있는 음식을 채우며 강아지가 오길 기다려야지.


ps: 그날 저녁, 나는 펭귄, 북극곰, 돌고래가 맘스터치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트랩에 들어오는 꿈을 꿨다. 길 잃은 유기견이 펭귄, 북극곰, 돌고래 앞에서 나를 향해 꼬리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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