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나는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

생활 속 진보와 보수의 경계에 대하여

by 와니

밖에서 저녁을 먹은 후 사람들과 함께 진구(가명)형네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맥주라도 한 잔 씩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누군가 맥주를 사와야 했으나, 추운 날씨에 밖을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맥주를 사오기로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은 가장 연장자인 진구형이었다. 7명이나 되는 인원이 마실 맥주를 진구형 혼자서 사오기는 힘들 것 같았다. 결국,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진구형을 돕기 위해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트는 집에서 오 분 거리에 있었다. 진구형과 함께 맥주 10병과 과자, 마른 안주를 담았더니 바구니가 꽤 무거워졌다. 진구형은 점원이 바코드를 찍는 동안, 계산대에 있던 맥주를 비닐봉지에 담으려 했다. 옆에서 돕기 위해 나도 비닐봉지를 하나 빼들었는데, 진구형이 말했다.


“뭐하러 비닐봉지를 두 개나 쓰냐.”


“맥주를 10병이나 샀는데, 비닐봉지 하나로 되겠어요? 무겁잖아요.”


“무거워도 한 명만 고생하면 되지 뭐하러 두 명이나 고생해?”


진구형은 맥주 10병과 안주거리들을 꾸역꾸역 봉지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많은 물건이 하나의 비닐봉지 안에 담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배가 불러진 비닐봉지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자! 여기”


계산을 끝마친 진구형은 비닐봉지를 내게 건넸다. 다행히 집까지 들고오는 동안 비닐봉지는 터지지 않았고, 그날 모임은 간단히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하나 마음 속에 진구형과 슈퍼마켓에서 나눈 대화가 오랫동안 잊히질 않았다.


주위 사람들과 인권, 세금, 노동, 복지에 대한 정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느껴왔지만, 일반적으로 나는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크게 좌냐 우냐의 관점에서 벗어나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진보가 무엇이냐고 누가 물을 때마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배제하고 생활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다.


“함께 살자, 돌아보자, 연민의 정을 가지자.”


어쩌면 유시민 작가의 진보에 대한 해석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 이유는, 그것이 내가 바라는 진보를 가장 잘 표현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날 비닐봉지를 나눠들자는 제안에, 무거워도 한 명만 고생하면 된다는 진구형의 대답이 다시금 떠오른다. 진구형이 계산을 했으니, 인정상 내가 짐을 들고 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분명 누군가와 짐을 함께 나누었을 것 같다.


삶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두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그 짧은 대화가 조금은 당황스럽고, 조금은 불편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때의 내 마음을 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확인해본다. 끝.

작가의 이전글[에세이]내가 만난 외국인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