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Jul 21. 2024

도형

퇴근 후 서재로 갔다. 예전엔 책으로 가득했던 곳, 이제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마음의 모양은 각기 다른 도형인데, 그 모양이 한결같지 않아서 마음이라 불린다.

늘 그래왔듯 마음을 게워내서 서재에 둔다. 오늘은 옛날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아 ‘그래서’라는 접속부사는 어울리지 않겠다. 같은 생각이라 해서 같은 마음의 모양이 나오지 않으니까.


오늘은 정육면체로 된 마음이 나왔다. 가쪽에 두기 좋고 다른 도형과 부딪혀도 떨어지지 않겠다 싶어 좋았다. 이 정육면체를 만들어 낸 건 과거 회상이었다. 갑자기 중학교 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이번엔 생각보다 깊지 않은 곳에서 끌어올렸다. 지난번에 대학 시절을 회상했을 땐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깊은 곳에 묻혀 있던지라 꺼내는데 애썼다.


서재엔 없는 도형이 없다. 짓지 않은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여러 도형의 슬픔이 존재하고 기쁨이 존재하고 그 외의 감정들이 존재한다. 마음은 좀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은 도형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