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에 가까워지려고(아주 가까웠던 적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글밥이 적은 책부터 차근차근 다시 읽어가며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창비에서 나오는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를 알게 되었고 요즘 푹 빠져 있다.
- 냠냠
- 카이의 선택
- 청기와주유소 씨름기담
- 아이캔
보름 만에 4권이나 완독 했다.
기쁜 마음으로 애기 셋에게 내가 읽은 책 그대로 추천을 해줬다.
예쁜 포스트잇에다가 투박한 내 손글씨로 책제목을 써줬다. 그러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한 친구가 기척 없이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화들짝 놀라 난 그만 폰을 떨어뜨렸다.
"떤땡님, 저 책 샀어요. 냠냠, 카이의 선택이요."
"오구 오구 잘했어요♡"
애기 1이 책을 샀다고 자랑했다.
"엄마가 선생님이 추천해 뒀다니까 바로 주문해 떠요."
그러고 한참 뒤 애기 2가 들어왔다.
"선생님!! 교보문구. 아니 교보문곤가? 거기서 냠냠 봐서 어, 이거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이다 했어요. 엄마가 사줘서 읽어봤어요."
그러자 옆에 듣고 있던 애기 3이 말했다.
"울 엄마는 도서관에서 빌려줬오요!!"
이날 내 표정 = ♡^_^♡
얼마 전 남자 애기가 장관상을 받았다. 그 애기는 귀엽다. 과묵하고 말수가 없는 성격이라 들었지만 이상하게 우리 반이 터가 그런지(?) 애들이 우리 반만 오면 말이 많아진다. 그 애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처럼 알러지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간식을 줄 땐 더 조심하게된다. 나도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니까!
그러다 보니 우리 반에 그 친구 외 알러지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됐다.
그때부터 알러지 조사를 실시했고 나처럼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애기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니가 낫다 야! 난 후천적 알러지라 새우 맛을 알거든."
그 애기한텐 내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을 거다.
여하튼 장관상을 받은 남자애기가 오늘 상품으로 받은 시계를 차고 왔다.
"이 시계 너무 튀어요."
"너~~~~~무 예쁜데? 어머님께서 차고 가라 하셨지."
"네.."
나는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온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다. 이 시계 좀 보세요. 하고. 부끄럼은 애기의 몫이었다.
한창 청소년 문학을 접하기 전에 내 책 스펙트럼은 굉장히 좁았다. 그렇지만 학교나 학원에서 권장하는 책만 읽히기는 싫었다. 그래서 애기에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쇼코의 미소'를 추천해 줬다. 그땐 뭣도 모르고 내가 읽었던 책을 추천해 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초5 애기한테 어려웠겠다 싶다. 그래도 그 애기의 어머님과 전화상담을 하며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oo 이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선생님 믿어요."
"oo언니가 쌤이 젤 좋대요."
"쌤 저 반 안바꿀래요."
"oo이가 쌤을 너무 좋아해요ㅠ. 쌤한테 받아오는 모든 것들을 집에서 한참 어루만져요."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좋아해요. 조카 생기면 잘해주겠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ㅠㅠ
같은 단어를 다른 모양으로 불러주는 애기들.
난 고작 일주일에 많으면 4시간 적으면 2시간 보는 학원쌤이다. 내가 이 일을, 애기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원래 지역아동센터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고 싶었다. 여전히 그 꿈을 버린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남고 싶다. 정이 너무 들어버렸다.
나이가 조금 더 들고 사람을 케어하는 스킬이 생기면 꼭 요양보호사도 되고 싶다.
그냥 난 아이와 노인이 웃는 게 좋다.
유년기에 엄마의 사랑은 못 받았지만 지나고 보니 다른 많은 사람들이 내게 사랑을 줬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큰 사랑은 할머니에게서 받았다.
그 덕에 내가 아이일 수 있었고 노인이 될 희망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