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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채로 기도하자.

1분 소설

by 이은수

수야는 지나온 마음에 소리 없이 세 들어 살고 있다. 조경이 지은 집에서.

이곳의 월세는 기도였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냐 물었는데 조경은 이렇게 대답했다.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해 주세요."

수야는 따라 했다.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해 주세요."

그 뒤부터 조경은 수야를 세입자로 받아주었다.


"근데 어쩌다 여기 왔어?"

수야가 세 들어 산지 일 년 즈음되던 날 조경이 물었다.

"몰라. 근데 생각해 보면 여긴 내 마음아냐? 집은 네가 지었잖아. 허락 없이."

그렇다. 이곳은 수야의 마음이고 수야가 지나간 마음에 조경이 무허가로 집을 지은 것이다.

"네가 여길 돌아올 줄 몰랐지. 대체 지나간 길을 왜 돌아온 거야?"

수야는 조경의 질문에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사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 위에 것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래에서 위로 답이 미루어지고 있었다. 입이 코에게, 코가 눈에게.

그래서 수야는 생각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눈 밖에 없겠다고.

찬찬히 조경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시선이 닿은 곳은 조경의 속눈썹이었다. 작은 눈에 꽤나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수야는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속눈썹이 너무 길어서 가위로 오렸던 기억. 수야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랬구나."

조경이 말했다. 수야는 안도했다. 그리고 말없이 웃었다.



오늘은 기도를 하는 날이다. 수야와 조경은 눈뜬 채로 기도했다.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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