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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엔

by 이은수

난 뼛속까지 infp다.

근데 수업하다 보면 아이들의 중요하지 않은 질문세례를 차단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내게 묻는다.

"선생님, T죠?"

나랑 1년 넘게 수업 중인 한 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되받는다.

"야~ 선생님 F 셔."


아기들은 내가 ENFP란다. 그러나 나는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E는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는 상태였다.

"선생님, 오늘 꼭 다시 검사해 보세요. 알았죠?"


아이들 말을 잘 듣는 나는 한 달 전쯤 퇴근길에 길고 긴 mbti유형 검사를 다시 했다.


ENFP


너무 충격이었다. 그래서 다시 해봤다.


ENFP


두 번째도 엔프피였다. 충격받아서 sns에 소문을 내고 다녔다. 엔프피 친구들이 웰컴!!! 이라며 반겨주었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검사를 했다.


INFP


그래, 이게 나야!


이 에피소드를 찐친에게 알려줬다.

"근데, 진짜 E일수도 있잖아?"

"아니야, 너네 볼 땐 말이 많잖아. 근데 얘네랑 얘네 만나면 내가 말수가 적어져. 듣는 포지션이랄까."

"그건 네가 걔들이 불편한 거 아니고? 좋아하는 모임 가서 잘 맞는 사람 만나면 첫 만남이어도 말 많아지잖아."


아? 그러네?!

맞다. 나도 나랑 잘 맞겠다 싶으면 첫 만남에 주저리주저리 하기도 한다.

마냥 I는 아닌가 보다.

그래서 이젠 반인반엔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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