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친 할머니

by 이은수

음식물 쓰레기통을 가지러 나가는데 건너편에서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넘어지는 걸 봤다. 놀라서 나랑 아저씨, 할머니가 달려갔다. 그들이 일으켜 자리에 살포시 앉히는 걸 보고 안심하고 가려던 찰나.

아저씨가 집을 물었다.

아파트 이름을 물었는데 연신 아파트라고만 대답을 해서 셋다 미궁에 빠져 있었는데, 그때 할머니가 바빠서 자리를 뜨셨고 아저씨가 내게 잘 부탁하네. 하시며 급히 어딘가를 가셨다. 할머니가 특정 방향을 가리켰고 그쪽으로 나를 인도하셔서 그곳이 집이리라 생각하고 모셔다 드리려 했다. 할머니 허리가 거의 90도로 접히셨다. 그래서 나도 구부리고 할머니를 부축했다.


"에고, 손녀가 힘들겠네."

"아, 저 손녀는 아닙니다만."

"어유, 젊은 사람 복 받을 거야!"

이런 대화 흐름이 지나가며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이어졌다.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할머니의 대답이 확실치 않아져서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다. 잠깐 보도블록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물론 나 혼자만 재잘거렸다.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랑 닮았거든."

할머니는 걷는 게 힘이 들어 멍하니 바닥만 주시했다. 그러다 경찰이 오고 나는 양손을 격하게 흔들며 여기라고 알렸다.


다행히 할머니를 잘 모셔다 드렸다는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횡단보도를 건너서 이까지 오신 거였고 유모차를 어디다 뒀는지 깜빡하셔서 길을 헤매고 계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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