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1분 소설

by 이은수

오래 쓰다듬으면 빗물이 된대.

그러니까 비가 많이 내린다는 건, 손이 따뜻해질 때까지 누군가를 어루만져 준 사람이 그렇게 많은 날.


"말도 안 돼. 손길이 누군갈 그토록 축축하고 춥게 만든다는 게."

"너무 따뜻한 것도 식어버리면 이만큼이나 차."

유리는 식어버린 유자차를 내게 쥐어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뜨거웠던 잔의 밑부분이 어느새 식어버려서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손에 쥘 수 있었다. 뜨거워서 한 모금씩 마셔야 했던 차를 후루룩 삼키는 유리를 보며 양손 깍지를 꼈다.


유리 말대로라면 손길이 빗물을 만들고 빗물이 손길을 기다린다.

기다리면 다시 만나게 될까. 그렇다면 다시 헤어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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