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마을 일을 돕던 스무 살의 복순이는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오다 의도치 않게 자신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복순이가 바보같이 착해 보여도 영악해."
a 씨가 손거울을 들어 화장을 고치며 이야기했다.
"복순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b 씨가 양손으로 물건을 옮기며 이야기했다.
복순이는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창고 뒤에 숨었다. 안고 온 박스를 바닥에 내린 뒤 그것에 괜히 발길질했다. 오분쯤 지났을까, 복순이는 a 씨와 b 씨 앞을 서성였다.
"우리 귀염둥이 순이! 오늘은 몸 좀 어때? 어제 아파가지고"
a 씨가 복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처음에 복순이는 대답 없이 헤헤 웃기만 했다. 바보같이. 그리고 한참 머뭇거리다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착해 보이게. 복순이는 자신이 지나간 자리에 어떤 이야기들이 남겨 질지 궁금하다. a 씨로부터 복순이는 열 걸음 멀어졌다. 살짝 뒤돌았는데, 그들은 다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골몰히 나누고 있다. 복순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a 씨는 후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b 씨는 끝까지 나를 변호해 줄까?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일 일기를 쓰는 복순이. 그날따라 그는 연필에 힘을 주며 마지막 문장을 새겼다.
- 어쩌라고.
십 년이 지나 복순이는 서른이 되었다. 회사에서 탈탈 털리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날, 스무 살의 일기장을 다시금 펼쳤다. '어쩌라고'를 찾기 위해 페이지를 스르륵 넘겼다. 마침내 그 구절을 발견한 복순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건 욕도 아니었네. 영악? 오히려 칭찬이잖아!"
씁쓸하면서도 시원한 마음으로 일기장을 덮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복순이가 듣는 뒷말의 난이도가 거침없이 세졌으며 그로 인해 듣고 흘려버리기 스킬 역시 만렙이 됐다. 그는 서른 살의 일기장을 펼쳐서 썼다.
- 어쩌라고. 나 이제 존나 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