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국문학과 교수 정영은 조교 민호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산 골짜기에 왔다. 지금은 사어死語라 불리는 단어들이 여전히 말로써 존재하고 읊어지는 곳을 찾으러. 누군가는 그 소리의 모양과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믿으며.
머물다 온 산 아래 마을과 달리 이곳에선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따스한 햇볕은 키 큰 나무들에 의해 살포시 가려졌고, 냉기와 온기가 둘을 감쌌다. 휘익. 그들 앞을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 정영이 서둘러 뒤를 쫓았지만 그것은 이미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청설모네요."
민호는 가방 속 외투를 꺼내 입으며 말했다. 나무 그늘 아래 고사리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정영은 오래된 공책 위에 쌓인 먼지를 쓸어내듯, 고사리를 살포시 어루만졌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고사리 줄기가 끊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채취 자국들이었다.
"사람이 있을지 몰라."
정영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민호는 양손을 깍지 낀 채 물었다.
"혹시, 기다리실 건 아니죠? 교수님."
"기다리긴, 우리가 찾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