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이은수

진수는 불 꺼진 본가에 들어섰다. 케케묵은 먼지 냄새와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방을 마주했다. 발 밑의 먼지가 일었다.

진수는 거실 끝 대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천을 걷어내자 거울 속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진수 자신이었다. 얼굴은 둥글고 윤곽이 부풀어 있었다. 눈과 입은 작은 틈처럼 얹혀 있었다. 얼굴 전체가 하얬다.

진수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어떤 낯선 음으로 흘러나왔다. 축축하고 눌린 언어 이전의 소리.

진수는 마치 형태 없는 존재가 안쪽에서 자신의 몸을 통과한 것처럼 느꼈다.


거울 속의 진수가 먼저 고개를 기울였다. 그 움직임이 마치 진짜보다 조금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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