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쓰기 좋은 날

by 이은수

체육학개론 수업이 끝났다. 형광등 아래로 책상들이 고르게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에 진영과 유민이 따로 앉아 있었다. 학생들이 일제히 빠져나간 강의실에는 카카오톡 알림음 몇 개와 끌리는 의자 소리만이 남았다.

유민은 두세 차례 기침을 했다. 고요함 속에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몸을 살짝 구부린 채로. 유민의 기침 소리를 들은 진영은 백팩 안을 뒤적였고 한동안 비닐 부스럭대는 소리가 이어졌다. 소리가 잠잠해진 건 진영이 책상 위에 생수 한 병과 감기약, 작은 우산을 꺼내놓은 뒤였다. 잠시 머뭇하던 진영은 그것들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민은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얹어 단체 카카오톡 내용을 읊고 있었다. 진영이 유민의 책상 앞에 멈춰 서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유민이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영은 생수와 감기약을 그녀의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미안해. 나 때문에 어제 또 비 맞아서… 감기 걸렸다는 얘기 듣고 사 왔어.”

진영은 말끝을 흐렸다. 유민은 감기약과 생수병을 진영 앞으로 밀었다.

“미안하면 우산 좀 챙기자. 알겠지?”

진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지고 온 작은 우산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유민 앞으로 밀었다. 창밖에서는 볕이 들고 있었다. 유민은 우산과 창밖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오늘 비 안 오는데.”

“응. 그래도 빌려가 줘.”

둘 사이의 침묵이 흘렀다. 우산은 유민 앞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유민은 그것을 손에 들었다. 나무로 된 손잡이를 한 번 움켜쥐었다가 조용히 가방 속으로 넣었다.

“비 오면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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