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나는 종협이 쓴 시에서 태어났다. 2연 3행에 자리하고 있는데, 2연은 4행까지 있어서 나는 마지막도 처음도 아니다. 그는 1연을 모조리 지워버렸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Ctrl-Z를 눌렀다. 종협은 서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폈다.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연기가 작업실 안에 자욱하게 번졌다. 퇴고를 할 모양이다. 나는 이대로 남을 수 있을까. 지워지는 것에 관해 오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무서워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입을 꾹다무는 일이다. 그게 당연한 거니까. 한 행은 말이 없으니까.
“너 말할 수 있잖아.”
그가 담배 끝을 재떨이 가장자리에 살짝 문지르며 이야기했다.
“알고 있네?”
“내가 썼으니까.”
“나를 만든 의도가 뭐야?”
종협은 왼손에 턱을 괴며 말했다.
“대화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