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

1분소설

by 이은수

그의 목소리는 비관의 그늘을 통과한 낙관과 닮아 있다. 내가 그에 멈칫하는 건지, 그의 목소리에 멈칫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독서실 칸막이 안에서 교재에 밑줄을 긋다가 잠깐 시간을 보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때마침 김지성, 세 글자가 화면을 밝혔다. 나는 살포시 발끝을 세우며 밖으로 나갔다. 휴게실에 다다를 즈음 화면에 통화 버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 전화를 받았다.

- 뭐 해?

그의 짧은 말 한마디가 무거운 침묵을 비집고 들어왔다. 비록 전화는 휴게실에서 받았지만 그 한마디가 내 머릿속에는 독서실의 고요함을 깨는 소리로 울렸다.

'잠깐 나올래?'

그 말이 아닌데도 그 말처럼 들렸다.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얼음이 부서지듯 나는 낯선 온기를 감지했다. 따뜻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내 얼음을 두고 오는 애틋한 마음으로, 지성이 준 그 온기를 살며시 내 안에 감췄다.

- 독서실에 있어.

나가는 문을 조심스레 밀며 이야기했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치자, 깊게 갇혀 있던 무언가가 스스로 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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