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분기의 단상

by 이은수

1. 오후에 비가 와도 오전에 우산을 챙겨서 외출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일기예보를 안 보기 때문이다. 날씨가 흐리면 '흐리구나'하며 뚜벅뚜벅 걸어가 버스를 탄다. 그래서 요즘 같은 변덕이 심한 봄날씨에 간혹 오후 날씨에 속아 겉옷을 안 챙겨 입고 나간 적도 많다. 그러다 밤에 덜덜 떨면서 돌아오기도 한다. 우산을 자주 잃어버리고 자주 사는 편이다. 가끔 우산에 쓸 돈으로 로또를 살 걸 생각하기도 한다.


2. 벚꽃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봄이 되면 설레는 이유도 벚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벚꽃에 대한 산문을 썼다. 그 이야기는 99%가 실화다. 지나간 사람을 소설에 잘 갖다 쓰는데, 어제는 b를 산문에 썼다. 미안하다. 그래도 다시금 떠올리면 행복했던 순간 밖에 없는 사람이라 꼭 쓰고 싶었다. 죽어도 내가 욕은 할 수 없는 사람. 언제까지나 세상에서 제일 잘 지내길 바라는 사람. 바오밥같이 커다랬던 사람.


3. 최근 소설을 쓰며 비발디의 사계 겨울 2악장을 참 많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예전 엄마 컬러링이어서 질리도록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기다림의 음악이다. 기다림 끝에 엄마가 전화를 받았는지 소리샘으로 연결되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그런 사연이 있으면 본래 들을 때 갑갑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가도 여전히 이 노래로 안정감을 되찾는 내가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그때는 받을 거란 믿음이 있었으니까. 엄마니까.


4. 동료가 지인분 소개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이 많을 테고, 위트 있고,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외에 정보값은 없다. 그런데 그거면 됐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지 않아서 좋고, 위트 있으면 좋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좋아하면 좋다. 설령 찢어지게 가난하더라도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나도 가난하니까. 같이 찢어지게 가난해보면 되지 뭐. 행복하면 되는 거지. 내가 너무 꽃밭인가.


5. 지원서를 드디어 제출했다. 나는 너무 바쁘면 속으로 짜증을 내는 버릇이 있는데, 오늘 이것저것 제출할 것과 직장에서 일이 많아서 바빴다. 속으로 욕을 했다. 사람들이 나는 욕을 잘 안 하는 줄 안다. 사실 나도 한다. 지양할 뿐이다. 그래도 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바퀴벌레를 볼 때. 컴퓨터가 맛이 가서 내가 써놓은 소설 전부 날아갔을 때(백업을 활성화하자.). 퇴근시간이 너무 늦어질 때.


2026년의 1분기가 후딱 지나갔다. 벌려 놓은 일은 많고. 이제 또 수습해야 하니까 속으로 짜증 날 날이 많겠다. 그래도 뭐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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