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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M Apr 21. 2020

[토요 호러가이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영화 <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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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김혜민


외면받아 숨기고만 있던 취향, 매주 하나씩 <호러 상자>를 열어보자.


‘Misery’는 ‘정신·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이지만, 이 영화때문에 집착의 대명사가 됐다. 실제로 마룬파이브의 노래 ‘Misery’의 가사도 연인에게 도를 넘은 집착을 보이는 내용이다. 뭐, 과한 집착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괴로운 일이겠지만.


재미있는 건, <미저리> 감독 롭 라이너의 대표작은 <플립>,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산타모니카 인 러브> 등 로맨스가 주류라는 거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다음이 바로 <미저리>라니! 이렇게 정반대에 있는 장르로 2연타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미저리> 이후 롭 라이너의 필모에서 눈에 띄는 호러는 찾기 힘들다.


아무튼 <미저리>는 유명한 영화인만큼 안 봤어도 본 척 할 수 있도록 신경써서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해봤다.      

▲자동차 사고로 이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폴 쉘던.


폴 쉘던은 ‘미저리’ 시리즈로 큰 명성을 얻은 작가다. 폴은 이 작품을 끝내야만 다른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소설의 주인공인 미저리를 죽여 완결을 낸 뒤 새 작품을 쓴다. 집필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 눈보라가 심해져 폴은 전복 사고를 당한다.           


▲구해준 사람이 자신의 팬에다 간호사다. 세상에, 운도 좋지.


다행히 폴은 목숨을 건졌다. 폴을 구해준 건 간호사 애니. 애니는 '미저리' 시리즈는 다 초판본으로 가지고 있는, 폴의 오랜 팬이다. 애니는 폴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길이 뚫리고 전화가 연결되면 폴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가족에게 연락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안심시킨다.

       

▲폴을 죽음에서 구하고 먹여주고 치료해주고 돌봐주는 애니.


애니는 폴에게 한가지 부탁을 한다. "당신 가방에 새 원고가 있죠? 혹시 저한테 읽어 볼 영광을 줄 수 있나요?" 이에 폴은 "출판 전 원고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어요. 내 담당자, 그리고 내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죠"라고 답한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원고를 먼저 읽는데다 기왕이면 제목도 붙여달라는 말을 들은 애니는 한껏 들뜬다.


한편, 뉴욕에 있는 폴의 담당자는 실버스틴을 떠난 폴과 도통 연락이 되질 않자 지역 보안관에게 폴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은퇴할 나이인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하는 보안관 버스터.


보안관은 폴이 묵던 호텔에 찾아가 언제 체크아웃을 했는지 묻는다. 지배인은 "폴은 집필이 끝나면 항상 돔 페리뇽을 시키는데, 며칠 전에 주문하고 나갔으니 지금쯤 뉴욕에 있을겁니다"라고 대답한다.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러브홀릭, 인형의 꿈)


버스터는 수색에 나섰으나 폴이 실종된 날 눈보라가 워낙 심했던 터라 별 수확을 거두진 못한다.

        

▲마냥 자상하던 애니가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폴은 이상한 낌새를 챈다.


애니는 폴의 새 작품을 읽고 화를 감추지 못한다. 폴의 소설(미저리 시리즈)은 고상하고 우아했는데 이번 작품엔 욕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폴은 "배경이 슬럼가잖아요. 저도 그런 곳에서 자랐어요"라고 대답하지만 애니는 온 몸을 떨며 화를 내다 이불에 음식을 흘리고, "다 당신 때문이에요"라며 되레 폴에게 화를 낸다.


▲'미저리' 신간 초판본을 구입하고 기쁨에 찬 애니.


애니는 가끔 자신이 감정조절을 잘 하지 못한다며 사과한다. 그리고 새로 나온 '미저리'를 사왔다며 폴에게 자랑한다. 폴이 전화는 되는지, 길은 뚫렸는지 묻자 애니는 "우리 집 전화는 먹통이에요. 시내에서 당신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긴 했어요. 시내로 가는 길만 뚫렸으니 상황이 나아지면 태워다 줄게요"라고 폴을 다독인다.


▲미저리가 죽는 결말에 화를 감추지 못하는 애니.


하지만 (당연히) 애니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미저리' 신간이 주인공 미저리가 죽는 걸로 끝난다는 걸 알자 한밤 중에 폴에게 찾아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라며 화를 낸다. 게다가 "사실 당신 담당자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아무도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몰라요. 그러니까 제가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죽으면 당신도 죽을테니까!"란 말을 남긴 뒤 차를 타고 떠나버린다.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폴.


폴은 드디어 애니가 제정신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방문을 열어보려 하지만 열려있을 리가 없다.


▲폴은 공식적으로 실종 상태가 된다.


버스터는 폴을 거취가 확인되지 않아 초조해한다. 눈보라가 심한 날 떠났다고 했으니 죽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폴에게 새로 쓴 원고를 불태우라고 강요하는 애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폴은 살아있다. 애니는 "기도를 드렸더니, 하느님이 제가 당신에게 길을 보여주라는 답을 줬어요"라며 새로 쓴 '저급한' 소설은 태워버리라고 말한다.

          

▲환기도 안되는 방에서 바베큐 그릴로 소설을 태우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폴.


폴은 "그거야 쉽죠. 하지만 내 담당자가 복사본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 불태워도 결국 세상에 나올거라고요"라며 꾀를 부려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애니는 침대에 휘발유를 뿌리며 폴을 협박하고 결국 폴은 직접 원고에 불을 붙인다.


▲버스터 옆에 있는 선글라스 낀 남자는 감독 롭 라이너다.
▲여유롭게 헬기를 지켜보는 애니.


버스터는 헬기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인다. 폴은 프로펠러 소리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창 밖으로 지나가는 헬기를 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탈출계획을 짜는 폴.


이때부터 폴은 애니가 주는 진통제를 먹지 않고 침대 밑에 숨기기 시작한다. 애니가 제정신이 아닌 걸 알았으니 어쨌든 탈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경치가 좋아 글이 잘 써질거라며 살뜰히 폴을 챙기는 애니.


애니는 폴에게 '미저리'를 되살려 소설을 연재하라며 타자기, 잉크와 종이를 준비해 준다. 누구를 위한 집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폴은 얌전히 소설을 쓰기로 한다.

    

▲폴 쉘턴은(는) [실핀]을(를) 획득했다!


폴은 종이가 쓰던 게 아니니 새로 사다달라고 부탁한다. 애니가 상점에 간 사이 폴은 바닥에 떨어진 실핀을 주워 방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다.


▲전화기 없어요. 아 있었는데? 아뇨 없어요. 그러니까 있었는데? 아뇨 그냥 없어요.


폴은 전화기를 발견하지만 신호조차 가지 않는다. 뒤집어보니 짜잔! 전화기는 장식품이었다. 폴은 애니의 거짓말에 진저리를 친다.


▲아주 큰 실수를 하는 폴.


집안을 헤집고 다니던 폴은 펭귄 장식품을 깨뜨릴 뻔 한다. 펭귄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 제자리에 올려놓지만, 방향을 반대로 둔다. 물론 폴은 모르고, 관객만 안다. 

            

▲'미저리' 시리즈 전부와 폴의 사진.


폴은 애니의 집에서 자신의 제단을 발견한다. 아, 이 비뚤어진 애정이여. 이후 (영화적 허용으로) 폴은 애니가 돌아오기 전에 진통제도 한 통 훔치고 무사히 방에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한다.

        

▲"폴은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색 결과 폴의 차가 눈에 뒤덮인 상태로 발견된다. 경찰은 폴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버스터는 차 옆의 긁힌 자국과 시체가 안에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누군가 폴을 납치했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수사를 계속한다.

           

▲수사의 일환으로 '미저리' 시리즈를 모두 읽는 버스터.


버스터는 '미저리' 시리즈를 전부 사서 읽기 시작한다. 이때 "There is a justice higher than that of man. I will be judged by Him(인간의 정의보다 더 높은 정의가 있다. 나는 그(하느님)에게 심판 받을 것이다)."이란 문장에 밑줄을 긋는데, 추후 애니를 범인으로 확정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된다.

            

▲폴은 진통제 캡슐을 뜯어 가루만 따로 모아둔다.
▲애니는 소설이 '폴의 소설'같은 지 검사한다.


폴은 애니가 원하는 방향으로 소설을 써주고 곧 완결이 임박했다며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한다. 애니는 설레는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제단을 배경으로 밥이 넘어가냔 말이다.


폴은 분위기를 내자며 와인을 따른 뒤 초는 없냐고 묻는다. 폴은 애니가 자리를 뜬 사이 모아둔 진통제 가루를 애니의 잔에 섞는다.


▲여기서 와인을 마셨으면 단편영화지 뭐.


하지만 애니는 와인을 모두 엎지르고 만다. 계획이 틀어진 폴은 죽을 맛이지만 어쩌겠는가. 일이 착착 진행되면 보는 입장에선 재미가 없는데.


▲"전 가끔 이 총을 장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집필이 거의 끝나가자 애니는 폴에게 "전 당신의 소설 뿐 아니라 당신 자체를 사랑하게 됐어요. 집필이 끝나면 절 떠날거죠? 당신은 잘생기고 매력있으니 누군가를 잃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애니에게 총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폴은 애써 여기가 좋다고 대답하지만 애니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차를 타고 나가버린다.


▲폴 쉘던은(는) [칼]을(를) 획득했다!


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집안을 돌아다닌다. 이번엔 아예 주방에서 무기로 쓸 수 있는 식칼을 챙긴다.

    

▲제단 아래에 놓여있던 사진첩.


폴은 애니의 사진첩을 발견한다. 말이 사진첩이지 사진은 애니의 어린 시절 몇 장 뿐이다. 나머지는 폴이 실종됐다는 기사, 죽었다는 기사와 그 외 다른 사람들의 부고 등 꺼림칙한 신문 기사를 스크랩 해 둔 게 전부다.


▲처음이었을 리가 없지!


폴은 사진첩을 보다가 병원에서 신생아가 자꾸 죽어나가자 애니가 수사를 받은 적이 있고 실제로 형을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애니는 돌아오자마자 폴에게 수면제를 주사한다.


애니는 집으로 돌아와 폴에게 수면제를 놓는다. 애니는 실핀도 발견했고, 늘 남쪽을 보게끔 진열해뒀던 펭귄이 반대쪽을 향해 있는 것도 눈치챘다.


▲"이거 찾으세요?"


폴은 급히 침대 밑을 뒤지지만 애니가 칼이 없어진 걸 몰랐을 리 없다. 겁에 질린 폴을 보고 애니는 "도둑질 좀 했다고 벤츠를 폐차하진 않죠. 다만 다신 그런 짓을 할 수 없게 만들거예요"라고 말한다.


▲정말 명장면이다.


뭘 하려는 진 모르지만 제발 그만두라고 부르짖는 폴에게 애니는 "절 믿어요"라며 발목을 부러뜨린다. 폴을 절름발이로 만드는 것, 애니가 영원히 그를 곁에 두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버스터는 애니가 잡혔을 때 '미저리'의 대사를 인용한 걸 발견한다.


이후 애니는 잔뜩 화가 난 채로 상점에 들른다.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는 애니를 본 버스터는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해 상점 주인에게 이것저것 캐묻는데, 주인은 애니가 '미저리' 시리즈가 나오면 첫번째로 사가는 손님이고 며칠 전에는 타자기와 종이를 사갔다고 말한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버스터는 신문을 뒤져 애니가 잡혔을 당시 "더 높은 정의에 심판 받겠다"고 말한 걸 알고 애니의 집을 방문한다.

    

▲지하실로 던져진 폴.


애니는 보안관의 차가 자기 집에 오는 걸 보고 또 폴에게 수면제를 주사해 지하실에 가둬둔다. 이때 뒤늦게 정신이 든 폴은 휘발유를 발견해 옷 안에 숨긴다.


▲집을 둘러보는 버스터와 자신이 얼마나 폴을 사랑하는지 어필하는 애니.


애니는 버스터에게 "하느님이 제게 폴을 대신해 소설을 쓰라고 해서 타자기와 잉크, 종이를 샀어요"라며 묻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는다. 버스터는 달리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차 문을 열기 직전, 깨어난 폴이 지하실에서 큰 소리를 내자 버스터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갇혀있던 폴을 발견한다.


▲총이 한 자루가 아니었다.


폴은 드디어 살아나간다고 생각했으나, 애니는 버스터를 사냥용 총으로 쏴 죽인다. 애니는 권총에 두 발의 총알이 있다며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는게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말한다. 폴은 "새벽이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어요. 우리가 영원히 미저리를 살릴 수 있는거라고요. 함께 죽는게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라는 데 나도 동의하지만, 미저리는 살려야죠"라고 애니를 회유에 잠깐 시간을 번다.


▲폴은 집필을 끝내면 늘 럭키스트라이크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돔 페리뇽 한 잔을 마신다.


집필을 끝낸 폴은 애니에게 소설을 마무리 했으니 세가지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한다. 애니는 곧바로 담배와 술을 준비한다. 하지만 폴은 이번엔 잔이 두개여야 한다고 말한다. 애니는 벅찬 마음으로 잔을 찾으러 나가고, 그 사이 폴은 원고를 모두 바닥에 버려 지하실에서 가져온 휘발유를 부어둔다.


▲애니가 보는 앞에서 원고를 불태우는 폴.


폴은 "미저리의 생부가 누군지, 둘이 다시 만나는지, 미저리가 이안과 안톤 중 누구와 결혼하는지, 결국 자유로운 몸이 되는지 궁금하지? 다 여기있어"라며 성냥에 불을 붙여 원고를 태운다.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는 애니에게 폴은 "안 될 게 뭐가 있어? 다 당신한테 배운거야"라며 타자기로 애니의 머리를 내려 친다.

             

▲일년 반 뒤, 폴은 신간을 발매한다.


사투 끝에 폴은 애니를 죽이고 탈출에 성공한다. 그로부터 일년 반이 지나 폴은 새로운 소설을 발표하고, 평론가에게 호평을 받으며 복귀에 성공하지만 애니의 집에서 겪은 트라우마는 극복하지 못했다.


▲트라우마로 헛 것을 보는 폴.


담당자가 애니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써 보라는 제안하자, 폴은 그건 절대 안된다고 딱 잘라 거절한다.

"애니가 죽었다는 걸 아는데도.. 가끔 그녀가 살아있단 생각이 들어"라고 말하는 폴의 눈에는 초면인 서버마저 애니인 것처럼 보인다.


▲서버가  애니가 처음 폴을 만났을 때처럼, "I'm your Number one fan"이라고 말하자 폴은 고맙다고 대답한다.


나는 20대 초반 종종 친구와 내장이 쏟아지는 슬래셔 영화를 보며 곱창을 먹었는데, 사실 그때 본 영화들 중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미저리>의 명장면, 애니가 폴의 발목을 부러뜨리는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다지 구체적인 쇼트가 아님에도 뇌리에 남았다는 건 그만큼 감독이 영화를 잘 끌어냈다는 얘기다.


<미저리>는 30년 전 작품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긴장하며 보게 된다. 게다가 알고보니 애니가 연쇄 살인마였다는 설정에도 "갑자기?"가 아니라 "어쩐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배경음악과 증거물을 보여주는 방식은 상당히 촌스러움에도 애니 역을 맡은 케시 베이츠의 연기력과, 애니에게 그럴싸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플롯이 몰입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원작이 스티븐 킹의 소설인만큼 잘 짜여진 판에 숟가락 얹기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저리>는 소설의 묘사를 영상으로 훌륭하게 구현해 냈다. 또, 자칫 잘못했다간 샛길로 빠졌을 애니의 (비뚤어진) 연애감정을 조미료로 사용해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나는 누군가 무서운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귀신이 튀어나오고 구마의식이나 굿을 하는 영화보단 <미저리>처럼 보는 내내 기력이 쭉쭉 빨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뭐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란 소리가 나오는 작품을 얘기하는 편이다. 폴이 발목 부러지는 게 사실 뭐 무서운가, 실제로 일어날 만한 일도 아니고 뼈가 살을 찢고 나오는 등 징그러운 연출도 없는데. 이 장면이 수많은 슬래셔 영화를 제치고 '끔찍한' 장면에 꼽히는 이유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제목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 다행이다'인 이유는 이번 [토요 호러가이드]를 일요일에 올리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 늦게 글을 올린다고 해서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 없음에 감사하게 되는 영화다. (어머니가 왜 토요일인데 글이 올라오지 않냐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나는 몇 년 전 IPTV 무료 영화로 <미저리>를 처음 접했으나 아직도 서비스 중인지는 모르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는게 지겨워 죽을 맛이라면, 지겨워 할 기운마저 빼놓는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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