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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M Apr 22. 2020

[토요 호러가이드] 고어의 아이코닉

영화 <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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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김혜민



외면받아 숨기고만 있던 취향, 매주 하나씩 <호러 상자>를 열어보자.


<쏘우>는 제임스 완 감독의 데뷔작으로, 12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하다 DC의 <아쿠아맨>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샘 레이미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 제임스 완 역시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소리다.


<쏘우>는 <스크림> 이후 14년 만에 흥행에 성공한 호러 영화다. 사실 그렇게 징그럽지는 않지만, 발목을 자르고 내장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는 점에서 고어 카테고리에 드는(제임스 완은 <쏘우>를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칭하고 기자도 이에 동의한다) 영화를 양지로 꺼내놨다.

비평도 많고 26살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장편 영화라 어설픈 부분이 있지만, 고어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난 진짜 저런 거 왜 보는지 모르겠어’에서 ‘너 그거 봤어?’로 대화 시작을 바꾼 것만으로도 <쏘우>는 가치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후 행보가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 같은 점프스퀘어 범벅 호러물이라는 게 좀 실망스럽지만, 아무튼 <쏘우>는 7편까지 제작됐고(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무려 3D로 나왔다) 스핀오프인 <직쏘>까지 쏠쏠한 수익을 거두면서 <쏘우>와 제임스 완 감독은 장르의 아이콘이 됐다.


<쏘우>는 토요 호러가이드의 기획 취지에 알맞은 영화다. 기자는 ‘나는 도저히 못 보겠지만 궁금하니까 네가 대신 보고 어떤지 알려 줘’에서 ‘네가 대신’을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징그러운 장면은 가져오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욕조에서 깨어난 남자의 이름은 아담.


욕조에서 잠겨있던 남자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다. 곧 낯선 곳에 낯선 남자와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남자는 모두 한 쪽 발이 사슬에 묶여있다.

      

▲시체 손에는 녹음기가 들려있다.


방 중앙에는 머리가 날아간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한 손에는 총이, 한 손에는 녹음기가 들려있다. 살아나가고 싶다면 발에 채워진 사슬을 해결하고 나머지 한 명을 죽일 것. 제한시간은 8시간.


▲아담과 함께 갇힌 남자는 의사 고든.


녹음기의 끝에는 작게 '하트를 찾아'란 목소리가 있고, 아담은 변기에 하트를 그려진 걸 보고 그 안을 뒤져 쇠톱을 두개 찾는다. 그걸로 열심히 사슬과 자물쇠를 썰어보지만 아무 소용도 없다. 그때 고든은 깨닫는다. 그들을 가둔 사람은 장난치는게 아니라는 걸.


  

▲고든은 금세 쇠톱의 목적을 파악한다.


고든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겠다며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의 펜이 범죄현장에 떨어져 있어 경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범인은 직접 살인을 저지르진 않고 피해자를 '죽을 만한' 환경에 던져둔 뒤 '목숨을 걸고' 빠져나갈 것을 조건으로 삼는다. 피해자의 가죽에 직쏘 퍼즐모양 흔적을 남겨 '직쏘 살인마'라고 불린다.


▲건강한 중산층 남성. 자해를 했다는 이유로 철창에 갇힌다.


고든이 들은 피해자는 한 중년 남성. 녹슨 못과 유리로 가득 찬 철조망을 빠져나가는 게 조건이었다. 남성은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 치다가 과다 출혈로 죽는다.


▲마약 중독자 아만다. 게임의 유일한 생존자다.


두 명이 범인의 트랩에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아만다라는 여자 한 명 뿐이다. 아만다의 머리에 씌워진 장치는 1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두개골을 부술 힘이 있고, 열쇠는 아만다의 감옥 동기의 뱃 속에 있다.


▲게임을 시작하지!


▲아만다는 살아있는 남자의 배를 가르고 장기를 뒤져 열쇠를 찾아내 트랩을 벗는데 성공한다.


범인은 "살아있다는 데 감사하지 않는 사람"을 골라 게임에 참여시킨다. 아만다는 이 일을 겪고난 뒤 마음가짐을 고쳐먹었다며 "범인이 제게 희망을 줬어요"라고 말한다.


▲범인은 양면 거울을 통해 두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당신을 어떻게 믿냐"며 화를 내던 아담은 방에 설치된 거울이 양면 거울임을 알게 된다. 거울 뒤에는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 범인은 두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 사실 이전의 범행에서도 그랬다. 보통 변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가끔은 눈을 감았을 때 더 잘 보이지"


고든은 자기에게 아내와 딸이 있다며 아담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지갑을 구경하던 아담은 새로은 힌트를 얻는다.


▲상자 안에는 휴대폰, 고든에게 보내는 쪽지, 담배, 라이터가 들어있다.


불을 끄자 고든 근처의 벽에 빛나는 X자가 그려진 타일이 있다. 고든은 타일을 부숴 상자를 찾고 그 안에서 '꼭 총을 사용해야만 아담을 죽일수 있는 건 아냐. 너무 많은 독극물을 섭취하면 머리를 날려버릴수 밖에 없지' 란 내용이 적힌 쪽지를 발견한다. 아담은 담배를 보고 제발 피우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고든은 아담 몰래 필터 부분에 시체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를 묻힌 뒤 담배를 넘긴다.


▲담배를 피우는 고든. 흡연자라면 이 장면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담배를 피우고 싶어질 거다.

 

▲아담은 담배를 피우더니 죽는 '척'을 하는데,  꽁트가 따로 없다.


담배를 넘겨주기 전, 고든과 아담은 불을 끄고 작은 목소리로 작당모의를 한다. 그 후 고든은 아담에게 멀쩡한 담배를 넘겨주고 아담은 담배를 몇 모금 빨다가 죽는 척을 한다. 꽁트가 따로 없지만, 발목에 연결된 사슬에는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어 둘의 연극은 싱겁게 들킨다.


▲고든의 아내와 딸.


상자에 있던 휴대폰은 수신만 가능하다. 고든은 전화를 받고 아내와 딸이 납치됐단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는 전화를 통해 "아담이랑 같이 있지? 그 거짓말쟁이 말 아무것도 믿지 마"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사진을 찍어 벌어먹고 사는 아담.


아담은 솔직하게 고든을 안다고 고백했다. 사주를 받고 며칠을 쫓아다니며 고든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현상하던 도중 납치당했단 기억을 떠올린다. 아담에게 일을 준 건 이전에 직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로, 범인을 뒤쫓다 동료를 잃은 뒤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고든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끈질기게 고든을 뒤쫓고 있었다.

 

▲고든은 아내와 딸이 잡혀있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어버린다.


고든은 아내와 딸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완전히 이성을 잃고, 자기 발을 잘라버린다.


▲고든은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담을 쏜다.


자유로워진 고든은 시체에게서 총을 빼앗아 아담을 쏜다. 그러나 이미 제한시간이 지났다. 

이 다음부터는 반전이 포함된 결말이다. 사실 유명해서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읽고 싶은 분들만 계속 읽으면 된다.


▲방을 지켜보고 고든의 아내와 딸을 납치한 범인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제프.


고든의 아내와 딸을 납치한 건 고든과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제프. 발을 자르고 아담도 죽였으니, 이제 가족을 보여달라고 울부짖는 고든에게 제프는 "이미 늦었어. 그게 규칙이야" 라고 말하며 총을 겨눈다. 


▲다행히 아담은 어깨에 총을 맞았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아담이 일어나 제프를 죽이고, 고든은 "나는 이대로 있으면 과다 출혈로 죽으니 우선 나가서 사람들을 불러오겠다"며 아담을 안심시킨 뒤 탈출한다.


▲아, 이 인내심이여.


고든이 탈출하자 별안간 방 중앙에 누워있던 시체가 일어난다. 남자의 이름은 존, 진짜 직쏘다. 치료할 수 없는 악성 종양을 가지고 있다. "나는 병 때문에 하루하루 죽어가는데 삶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보니 화가 났다"는 존은 아담에게 "네 사슬을 풀 열쇠는 욕조에 있어" 라고 말한다. 


▲오프닝에서 열쇠가 빠져나가는 장면.


혹시, 아담이 처음에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억하시는지. 아담은 욕조에서 발버둥을 치다 열쇠를 배수구로 흘려보내고 말았다.

           

▲가히 명장면이다.


안된다고 울부짖는 아담을 뒤로 하고, 존은 매정하게 문을 닫아 버린다. 게임 오버!


사실 고든도 아담도 별 죄는 없다. 둘 다 삶을 낭비하지도 않았고 딱히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으며 관심을 끌기 위해 스스로 위해를 가하거나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 둘이 타겟이 되었는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제프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존의 인내심은 대체 뭐란 말인가. 싸이코 살인마의 심리란 이해할 수 없는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 좀 속이자고 8시간이 넘도록, 손에 든 녹음기를 뺏기 위해 아담이 돌팔매질을 해도 꿈쩍 안하고 누워있는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얘기다.


그리고 고든의 아내는 대체 아담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예산임에도 러닝타임이 100분을 넘기는데, 중간중간 나오는 고든의 추억팔이, 제프와 형사 탭의 몸싸움은 텐션을 느슨하게 할 뿐 별 도움이 되는 장면은 아니다. 


하지만 이때 제임스 완은 겨우 스물 여섯살이었고 이 영화는 대학 졸업 작품이었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올린다니, 그렇다, 제임스 완 역시 될성부른 떡잎이다.


<유주얼 서스펙트>, <아이덴티티>에 이어 '반전영화'에 한 획을 긋는 영화인 동시에 고어 요소를 거부감 없을 정도로 녹여낸 <쏘우>는 국내에서도 관객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개봉 당시 정말 센세이션 했고 7년 전 기자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포스터에 적힌 그대로, 26살 제임스 완은 전 세계 수 많은 관객의 상상력을 완전히 조각냈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한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당시 기자는 미성년자였다) '이런 영화가 극장에 걸릴 줄 몰랐고, 그 나이에 이런 영화를 만들 감독이 있을 줄 몰랐다.'


특이하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도 네이버 영화 평점을 보면 10대와 40대가 높은 점수를 줬다. 40대야 극장에 걸린 <쏘우>를 잊을수 없을테니 그럴 것이고, 만 18세를 막 벗어난 10대가 보기에도 <쏘우>가 임팩트 있는 영화라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16년 전 영화임에도 아직 영향력이 생생하다는 증거다.


물론 시리즈물이 으레 그렇듯 <쏘우> 역시 2편까지만 좀 볼 만하고, 기자는 3편부터는 보다 잠드는 바람에 몇 번을 다시 보기도 했다.(뒤로 갈수록 고어 성향이 짙어지긴 한다)


어쨌든 수면 아래 있던 장르의 아이콘이 된 <쏘우>, 될성부른 제임스 완의 떡잎이 궁금하다면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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