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기 한 시간 전 눈이 떠졌다.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았다. 4시 30분이었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알람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부리나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안전화를 신었다. 문밖으로 나섰다. 사람들은 이미 나와 있었다. 집이 가장 가까운 내가 제일 늦었다. 몸이 무거웠다. 자재를 가득 실은 트럭에 올랐다. 하늘은 어둠이 가셔가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전 내내 작업 속도가 나지 않았다. 흐린 시야 속에서 공구를 들고 사다리를 오를 때마다 허벅지 앞쪽으로 찌릿한 전기가 흘렀고 손은 평소보다 더뎠다. 살짝 눈치가 보였다. '오늘은 쉬어간다고 생각하자.' 속에서 말이 들렸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같은 사다리 위로 형이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숨을 참고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술 냄새 진동하면 너 집에 보내버릴 거야!" 평소엔 아무 말 없던 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형은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살짝 떨어진 곳에서 그 소리를 듣고 묘한 미소를 띠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했다. 팀장은 장비 위치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커피를 손에 들고 트럭에 올랐다. 햇살이 뜨거웠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공기가 차가워졌다. "제발, 전화 좀 하면서 일합시다!" 소장의 둔탁한 목소리가 우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시간이면 되겠지?" 작업을 시작하기 전 팀장이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드릴을 들고 사다리에 올랐다. 한참 작업을 하던 중 휴대폰을 꺼내 보니 이미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손이 빨라졌다. "이쪽은 쉽지 않겠는데?" 팀장은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에 잠긴 듯 말했다. "제가 할게요!" 내가 말했다. 팀장은 잠시 멈췄다가 일을 맡겼다. 사다리를 높이 올렸다. 그라인더, 드릴, 작업등을 챙겨 천장 위로 올라갔다. 어두운 천장 위에서 작업등을 켜자 장비의 무게가 손가락 마디마다 전해졌다. 너트를 조였다. 다시 풀었다. 다시 조였다. 줄자를 꺼냈다. 다시 풀었다. 다시 조였다.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만하면 됐다." 사다리 아래서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서 힘이 빠졌다. 결과물을 바라보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숨을 깊게 내쉬고 천장을 덮었다.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어두워지는 하늘색이 눈에 들어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도 야근이었다.
어둠이 찾아왔을 때, 철판을 두드렸다. 두드려 접은 철판을 피스를 박아 고정했다. 반투명 실리콘이 작업등 불빛을 받아 빛났다. 그 빛이 나를 더 진하게 만들었다. 실리콘이 마지막 틈새를 메우자, 우리는 공구를 정리했다. 현장에는 우리만 남아있었다. 작업등 전원을 내리고 트럭에 올랐다.
집에 도착했다. 9시 30분이었다. 휴대폰에는 요금이 빠져나간 문자가 찍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