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쩔 수 없지." 팀장의 눈은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이 다시 열릴 듯하다 닫혔다.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적당히 해요. 오늘 마지막이라면서." 그 형이었다. "할 건 해야죠."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계단을 올랐다. 옥상. 뜨거워진 햇살이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온 열기가 피부를 건드렸다. 드릴을 잡고 돌렸다. 떠오르는 먼지가 안경에 달라붙었다. 흐려진 시야 건너로 벚꽃나무 몇 그루가 보였고, 바람은 불지 않았다.
"아, 발주 잘못했다. 그냥 이쯤 마무리하자. 개인공구 챙기고, 지급받은 건 놓고 가." 팀장이 말했다. 지급받은 게 있었던가. 아, 렌치 하나. 벨트 주머니에서 렌치를 빼 공구가 담긴 통에 집어넣었다. 통 안에는 공구들이 쌓여 있었다. 빛 빠진 은색 바이스, 벗겨진 뺀치, 검은 렌치, 끝이 다 뭉개진 드라이버. 벗겨지고 색이 사라진 것들. 그 사이로 빛나는 공구 하나가 보였다. 가위. "요령 없으면 못쓰지." 그 말에 내가 산 새 가위.
"가위는 놓고 갈게요. 쓰세요."
"아니야, 괜찮아."
괜찮다는 말에 가위를 꺼냈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사람 많으니까, 필요 없어." 손이 멈췄다. 허공에서 가위질을 했다. 걸리는 것 하나 없었다. 가위를 다시 공구통에 내려놓았다. 잠시 바라보다 벨트를 풀었다. 장갑을 벗고 손을 털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손은 비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