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한 달 좀 넘었다. 다른 고지서는 한 번씩 도착했는데, 전기세만 오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123을 눌렀다. 일요일이지만 신호가 갔다. 상담원이 받았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삑사리도 났다. 오래 듣고 싶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확인되지 않지만, 제가 요금조회 라도 한 번 해볼게요."
주소를 불렀다. 잠시 조용했다.
"어.. 불러주신 주소가 맞으신가요? 확인이 안 되는데, 다시 확인해 주시겠어요?"
다시 전화하겠다며 끊었다. 책상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숫자 하나가 달랐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받았다. 목소리가 낮고, 발음이 정확했다. 통화 볼륨을 조금 올렸다. 주소를 다시 부르기도 전에 그 목소리는 말했다.
"일요일이라 확인이 어렵습니다. 평일에 다시 전화 부탁드립니다."
"요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그것도 평일에 다시 전화 주세요."
통화를 마쳤다. 갈라진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었다.
다음 날, 현장에서 팀장이 다가왔다. 손에는 도면이 들려있었다. "이거 누가 이렇게 해놨어."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뭐냐고, 이것 좀 봐라!" 팀장이 다시 말했다. 손에서 드릴을 내려놓았다.
"이거..." 뒷말이 목에 걸렸다. 그래도 뱉었다.
"제가 한 거 아닌데요."
"알아. 알아. 너한테 하는 말 아니야."
팀장은 돌아갔다.
사다리에 다시 올랐다. 배관을 툭툭 쳤다. 드릴을 잡고 손을 움직였다. 힘이 빠졌다.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형이 배관을 연결하고 있었다. "제가 한 거 아닌데요."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