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는 것이 어색할 때가 자주 있다. 가끔 말하는 법을 잊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12월 24일이었다. 산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방은 두 개인데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잤다. 양쪽 끝으로 아빠와 내가 누웠고, 그 사이로 동생과 엄마가 누웠다. 그날 밤 아빠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동생은 이미 자고 있었다. TV에서는 이소라가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처음으로 그 시간에 눈을 뜨고 있었다. 엄마가 얼른 자라고 여러 번 말했다. 산타를 기다린다고, 절대 잠들지 않겠다고 답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들어왔다. 반갑게 맞이했다. 아빠의 손 옆에는 로봇 장난감과 인형이 들려 있었다. 내가 갖고 싶어 했던 장난감이었다. 어째서 선물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집에 오는 길에 산타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다음날 동생은 인형을 보고 좋아했다.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산타의 정체를 이야기하면 더 이상 같은 방에 누울 수 없을 것 같았다. 동생에게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말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건.
얼마 전 리모델링 작업을 하던 중, 현장 소장이 바닥을 흔적 없이 청소해 달라고 했다. 동료는 빗자루로 어렵겠다며 송풍기를 빌려 오겠다고 했다. 잠시 후 송풍기 바람 소리가 들렸다. 마무리 작업에 집중했다. 동료는 보이지 않았다. 작업을 마치고 공구통을 열었다. 깨끗한 충전식 송풍기가 기름 묻은 공구들 틈 사이로 보였다. 동료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바닥을 향했다. 이게 왜 여기 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냥 트럭에 몸을 실었다. 정적을 깬 건 동료의 말이었다. 작업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매번 하던 일이라고 답했다. 팀장은 입으로만 일할 뿐 정작 일은 네가 다한다며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열리지 않던 입이 벌어졌다. 아차 싶었을 때 이미 말을 뱉었다.
"여긴 정상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