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by 남은불

직장을 옮겼다.

새로운 사람들과 하는 첫날.

내게 주어진 작업은 함석가위를 사용해 철판에 구멍을 내는 일이었다.

함석가위는 잘못 다루면 철판이 씹힌다.

현장에서 항상 가위를 잡았었다.


그날은 첫 가위질부터 날이 걸렸다.

철판이 구겨지듯 찢어졌다.

손이 멈췄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른 가위도 다르지 않았다.


"가위가 조금 이상한데요."


"요령 없으면 가위 못쓰지."

그는 웃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았다.

가위를 다시 들었다.


나중에 보니 날 이음부 사이의 볼트가 풀려 있었다.

볼트를 다시 조였다.

새 가위를 주문했다.


"가위 샀네?"

고개만 끄덕였다.

새 가위는 날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현장 두 곳의 일정이 겹쳐 팀이 나뉘었다.

새 가위가 보이지 않았다.

공구 박스를 뒤졌다.

현장을 돌아다녔다.

가위는 없었다.


잘 들지 않는 가위로 작업을 이어갔다.

날이 몇 번 더 걸렸다.

작업은 끝났다.

새 가위를 또 주문했다.


이틀 뒤 팀이 다시 모였다.

그가 가져온 공구 박스 안에

내 가위가 들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가위만 집어 들었다.


집에는 새 가위가 있다.

날 한 번 부딪치지 않은 채.




매거진의 이전글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