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by 남은불

새벽부터 똑똑 소리에 눈을 떴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상관없었다. 우산이 아닌 모자를 챙겼다.


오전 배관을 해체했다.

혼자 들기엔 손이 부족했다.

도움을 청했지만 손은 늘지 않았다.


설치를 시작하자 그는 말이 많아졌다.

발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사다리에 올라 배관을 들고 낑낑거렸다.

나는 배관을 계속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떼며 말했다.

"다시 하죠."


그를 쳐다보았다.

이가 빠득 소리를 내었다.

미간이 먼저 움직였고 가슴은 한참 후였다.

배관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대로 밀어붙였다.


비는 찔끔찔끔 이어졌다.

어깨가 욱신거렸고 발목이 흔들렸다.

그래도 작업을 이어갔다.


오후에도 한 번 더 침묵을 깼다.


"그렇게 하면 안 되죠."

내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너무 또렷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방향은 정확했다.


잠시 조용했다.



그 때문에 입을 두 번이나 열었다.

내일도 같은 사다리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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