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리, 같은 기준

by 남은불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오늘도 좁은 천장 속으로 몸을 넣는다.

날개뼈가 욱신거리며 울린다.


속도를 낼 수 없는 자리다. 몸을 접어야 하고, 눈보다 손을 믿어야 한다. 그 자리에서는 빠르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수정할 때도 대충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

혼자 작업에 열중하던 중, 아래에서 소리가 들린다. "네가 하는 게 더 빠르겠는데? 좁아서 그런가 좀 느리네."

조금 편한 자리에서 같이 일하던 형이 장비 하나를 설치한다. 나보다 조금 먼저 끝낸다. 자리는 다르지만 기준은 같다.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는 순간 변명이 되는 것 같아서다. 그냥 다시 사다리를 오른다.


"담배 한 대 피우고 하지."


팀장의 말에 천장에서 내려온다. 비 오는 날의 믹스커피와 담배 연기는 평소보다 진하다.

다시 현장으로 올라간다. 잠시 천장을 바라본다.


"한 사람 올라가야지?" 이전까지 내가 올라가던 자리다. 몸이 잠시 멈춘다.

"제가 올라갈게요." 같이 일하는 형이 재빨리 말한다. 내 눈썹 한쪽이 미세하게 떨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작업은 맞지 않는다. "조금 잘라주세요." 형이 말한다. 잘라서는 안 되는 부속이었다. 계속 맞지 않는다.

사다리를 앞으로 끌어와 펼친다. 천장을 향해 올린다. 좁은 공간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미쳤어?"

누군가 말한다. 듣지 않는다. 설치를 끝낸다.

"어떻게 거길 들어가냐?" 결과가 나오자 말이 바뀐다.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내일도 같은 자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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