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요새 너무 마음이 슬퍼오는 거 있지요. 이것이고 저것이고 다 저의 선택임에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모든 것이 허무할 정도로 거기서 거기라고 말이여요. 그래서 저는 바다가 좋아요. 끝이 없는 오고 감에 집착은 흩어지고 경계가 무의미해집니다. 육체와 정신은 별개가 아님을 강하게 느낍니다. 뭐든 망라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름 모를 가락을 흥얼대며 안 되는 일 말고 되는 일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임을 상기하였습니다. 그러니 결정한 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넘친 마음을 쓸어 보냈기에 단번에는 아니겠다만 꾸준히 잊힐 것이며 저는 더 이상 지나간 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추억이라 하더라도 유감스럽지 않다고나 할까요. 과거에 있었던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오늘의 저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기에 그렇습니다.
앞만 보고 가면 됩니다. 저는 다시 몰두할 수 있는 것을 찾을 것입니다. 물론 가끔은 슬픔과 망각의 반복이 벅차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나 많은 껍데기를 벗어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너무나 순식간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완강하게 거부할지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살아 있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시간을 버티어 내느냐 즐기어 내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렸겠지요. 저는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될 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