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너무도 빨리 희미해져서 문득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행기가 흔들리자 심장이 쥐어짜지는 듯해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아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생각을 조금만 하고 싶습니다. 한 번 생각이 달려 나가면 저의 육신은 그를 따라잡지를 못합니다. 생각 끊어내기란 저의 오래된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별 거 아닌 일도 별 거처럼 생각할 때가 많은데 이는 말도 못 하게 피곤한 일이며 어쩌면 망상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스스로 피곤을 생산하고 생산합니다. 끝에 이르러 그 누구도 믿지 못함은 망상으로 도착하는 생각 덕택이겠지요. 사실은 무섭습니다. 사람이 무섭고 시간이 무섭고 공간이 무섭습니다. 모든 것을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항시 의심합니다. 가끔은 의심하는 저 자체도 의심합니다.
생각이 넘치면 저는 저의 영혼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만사가 태평한 기분은 간 데 없고 다음엔 무엇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몰아치는 파동과 함께 저는 착한 말을 하다가도 신날 하게 공격하고 미친 인간처럼 춤을 추고 마침내 제 풀에 지치어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않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과몰입을 하는 것인지요. 그런데 애초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된 것인지요.
술과 커피를 끊었습니다. 단순무식한 탐닉이 주는 즐거움이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래서 원 없이 놀아볼까 잠깐의 움직임을 택했습니다. 시간을 요리조리 넘어 다니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입 아프게 안정을 원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이 저를 치유해 줄 거라고 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떠나는 사람으로 살 거여요. 돌아다니지 않으면 생각에 잡아먹히고 또 먹히고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