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1

저 할머니가 우리 쳐다봤어.


“저 할머니가 우리 쳐다봤어.“


애인에게는 그냥 쳐다본 거겠지 라고 말했지만 아마도 애인이 뒤에서 내 허리를 잡고 있어서 쳐다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남자끼리 붙어서 허리 좀 잡고 있다고 그렇게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 볼 필요가 있나? 그런 시선을 받는 것도 조금 마음이 상해도 겉으로 티내지 않는 것도 너무 익숙하다. 여긴 한국이니까.


“어디서 많이 본 분 같은데 오늘 시간 좀 있으세요?”


“그럼요 완전 많죠! 왜요?“


애인과 길에서 이런 상황극을 하며 걷는데 앞에서 걷던 사람이 뒤를 쳐다봐서 급하게 말을 줄였다.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걱정이 되고 눈치가 보인다. 여긴 한국이니까.


작년 늦봄에 타이베이에 다녀왔었다. 일정 중에 야시장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퀴어 커플들이 장을 보러 나와 팔짱을 끼고 애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과 마주했다. 그게 너무 부럽고 다른 세상 일 같이 느껴지고 그랬다. 한국으로 돌아와 뭔가 답답함을 느꼇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살아가는 것은 때때로 고단하다. 더욱이 지금처럼 지켜내고픈 관계맺음을 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어제는 퇴근길에 내 생각이 나서 티셔츠를 사왔다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며 자주 행복하다고 기쁘다고 말하게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듣더니 치유형 애인이 생기셨네요? 라고 말했다. 일정 부분 동의하는 말이다. 나는 남자친구 덕분에 예전부터 갖고 있던 어떤 상실감을 회복하고 있다.


내가 귀엽다고 나를 놀리며 웃는 그를 볼 때 음식을 입에 가득 넣고서 먹는 게 꼭 다람쥐 같다고 웃는 그를 볼 때 그러다 입에 양념을 다 묻히는 내 입을 그가 닦아줄 때 내 머리를 안고 쓰다듬을 때 어쩐지 나도 내가 더 좋아진다. 그가 좋아지는만큼 나 스스로도 좋아할 수 있게 된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이 관계를 지속하려면 어느 정도는 상대방의 존재를 은폐해야 한다. 나와 같이 붙어다니는 사람이 나의 애인이라는 어떤 사실을 내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사랑은 숨길 수 없다. 그는 자주 내 눈에 내 마음이 다 보인다고 한다. 온전히 사랑할 수 없어 아쉽다. 때로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도 난다. 그래도 어쩌겠나 견뎌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