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우리의 신혼여행 이야기.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웨딩 스냅을 찍기 위해 우리는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여행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으로 떠났다. 그것도 ‘신혼여행’으로 말이다.
지인에게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하면 한 번씩은 꼭 듣는 질문이 있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그럴 때마다 남미로 간다고 대답하면 ‘대단하다!’부터 ‘힘들 텐데.’까지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곤 했다. 남미에서도 여러 나라를 여행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후 아직까지도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풀어낼 때면 힘들지만 가장 대단했던 곳. 단연 ‘볼리비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곤 한다.
볼리비아. 대체 어떤 곳일까?
보통 여행지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공항에 도착하고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올 때다. 항공기 창 밖으로 이 나라, 이 도시의 날씨와 느낌을 가늠해보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비로소 ‘내가 여기에 왔구나’를 실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달랐다. 이제까지 수십 개의 나라를 여행해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비행기 멀미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속이 좋지 않고 어지러웠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고 넘어오는 일정이라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이래서 신혼여행은 편하게 가라고 한 건가 하며 단지 몸이 안 좋은 거라 생각하며 힘들게 라파즈 공항에 발을 디뎠다. 사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것이 ‘볼리비아’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과연 컨디션의 문제였을까? 아니다. 볼리비아의 ‘고도’가 문제였다. 우유니 소금사막 사진만 보고 볼리비아 여행을 결정했기에 볼리비아의 자연환경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건 우리의 큰 실수였다. 볼리비아 라파즈 공항이 위치한 곳의 고도는 해발 약 4061m. 한라산의 2배 이상,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역 (3571m) 보다 높은 곳. ‘고산증세’ 때문에 멀미처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으며 호흡 곤란이 오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이 천국과 가장 가까운 환상적인 곳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까닭은 그 풍광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위치와도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고산증세로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이끌고 작은 우유니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색 호텔, 소금으로 만든 '루나 살라다 호텔'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는 황량한 사막 풍경이 펼쳐졌다. 일반 도로를 얼마 정도 달렸을까. 택시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호텔로 가는 길인데도 오프로드인 상황. 흙먼지를 날리며 사막 가운데 자리 잡은 소금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듣던 대로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벽돌도 소금 벽돌인데 바닥에도 소금이 가득했다. 걸을 때마다 뽀도독 바사삭 소리가 나는데 소금 위를 걷는 재미가 솔솔 했다. 체크인을 하면 짐을 룸까지 옮겨주는데 쌀가게, 과일가게에서나 보던 커다란 끌차를 가지고 와서 짐을 실어다 준다. 끌차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그게 없으면 캐리어를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걷는 재미를 주는 소금이, 캐리어가 푹푹 빠질 정도로 아주 넉넉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환상적이지만, 고산증세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좀비'처럼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팔다리에는 힘이 없고 머리는 어지럽고 이런 상태로 2박 3일이라니.
"우리. 나중에 투어 나갈 수는 있을까?"
"글쎄.. 2박 3일 가능할까 우리..."
룸으로 들어오고 나서 침대에 누워서야 조금 편해졌다. 그제야 창 밖의 소금 사막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진으로 보던 거울 같은 모습은 호텔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참 작은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쉬는 것도 잠시. 우리는 호텔 구경을 나섰다. 포켓볼을 칠 수 있는 곳, 사막을 보며 하는 사우나, 웰컴 드링크와 음료, 핑거푸드를 먹을 수 있는 바, 레스토랑까지. 3층밖에 안 되는 호텔이었지만 없는 것이 없었다. 사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 보니 호텔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시설은 갖춰져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정도면 이색적이라는 요소는 소금으로 지은 것 말고는 없지 않나 생각할 때쯤, 전 세계 많은 호텔을 가보았지만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볼리비아의 호텔에만 있다는 그것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산소호흡기! 고산증세로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체크인 카운터에 산소호흡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환자처럼 산소 호흡기를 끼고 한동안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산소의 소중함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느끼는 순간이었다.
산소로 온 몸을 가득 채운 다음, 사박사박. 소금을 가득 밟으며 우유니의 하이라이트. 소금사막 투어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