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무표정이 좋다.

by 공감수집가


뜻밖의 셀카

아들 사진을 찍으려다가 본의 아니게 셀카 모드에 비친 내 얼굴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무표정이었나?

아랫입술은 삐죽, 눈은 처지고, 미간은 내 천 자.

어릴 적엔 웃는 상이다, 밝은 이미지다 칭찬이 자자했는데.

단순히 늙었다보다가 아니다. 흥미도 의미도 사라진 듯한 무표정에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여태 이런 표정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건가.

무표정할 때 가끔 재수 없다는 아내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가끔 맞..지...?)



표정에서 감정과 태도가 보인다?

감정과 태도가 표정에 담기는 거라면 사실 억울만 면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감동하고 멋진 제품, 트렌드에 대한 호기심도 여전하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웃긴 상황에서는 배를 잡고 떼굴떼굴 구르면서 숨 넘어갈 것처럼 미친 듯이 웃는 나다.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에게도 먼저 인사한다.

그런 내가 어쩌다 평소에는 표정을 잃게 되었나.


솔직한 무표정.JPG by 공감수집가


표정은 진심일 때 나오면 된다.

흔히 표정이 풍부해야 좋은 인상이라고 한다.

웃는 인상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 매력은 표정을 시작으로 목소리, 말투, 행동에서도 뿜어져 나온다. 자신이나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이를 능숙하게 조절하는 사람이 대인관계에서 호감을 더 받는다고 한다. 노력으로 표정을 바꿈으로써 삶의 태도와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분명 노력이 필요한 자리와 상황도 있다.

다만,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표정이 없을 때 차가워 보인다, 화났느냐, 좀 웃어봐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딱히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게 아니면 웃지 않을 수도 있는데 선을 넘는 훈계조의 말은 불편하다. 웃는 것은 내가 진심으로 우러나올 때 웃으면 될 일이다.

오늘 날씨도 좋고 덩달아 기분도 좋을 때, 좋은 음악이 나올 때, 웃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대방의 배려에 감동했을 때,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내 마음에 솔직하게 웃고 싶을 때만 웃어도 된다.

가식적으로 웃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사람을 원하는가?



무표정도 독립적인 감정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중한 성격일 수도 있다.

평소 무표정한 동료들을 지켜보면 말 많은 회사 생활에서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다.

감정을 잘 다스리며 인품도 훌륭한 경우가 많았다.

무표정은 무뚝뚝한 것과는 다르다.

절제된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날 뿐이다.

막상 대화를 해보면 누구보다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도 많았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내뱉고 원래 내가 쫌 솔직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함부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인성이 부족한 게 아닐까?

태도가 나쁜 것은 분명 좋지 않다.

하지만 표정 갖고는 뭐라 하지 말자.

방심했을 때 무표정이었다가 당신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살며시 웃으며 기꺼이 도와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