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의 힘

나를 바꾼 질문 하나

by 공감수집가

‘왜’라고 묻는 순간, 의미가 시작된다

창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이다.

그 질문은 작업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의 불확실성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질문이 깊이 있고 독특할수록, 그에 대한 답은 기존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관점이나 방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복학 전, 비어 있던 두 달.
아르바이트 대신 사진 공부를 선택한 건 복무 중 선물 받은 사진집 덕이었다.

침대 맡에 두고 매일 넘기던 그 책은 나를 바깥으로 끌어냈다.
내 나이보다 많은 카메라를 들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사지를 돌았다.

어설픈 사진 실력으로 필름을 낭비했던 순간이었다.

내 손을 거친 필름들이 아깝다며 사진 현상소 사장님도 속으로 혀를 찼을 거다.

그저 멋진 풍경만 담으려고 혈안이 되었던 나는 태도를 바꿔보기로 했다.

왜 이 장면일까?
왜 이 순간에 셔터를 눌렀을까?
나는 사진 속 작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때부터였다.

멋진 사진을 찍는 촬영 기법보다,

왜 찍는지 묻는 법을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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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했지만, 이유가 있다

두근거림을 안고 찾은 복학 첫 수업.
처음 뵌 전공 교수님은 미국인이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버거웠지만, 더 어려웠던 건 그의 반복된 질문.

“Why?”

그는 매번 질문했다.

"왜 이 재료를 선택했나요?"

"왜 이런 형태로 표현했나요?"

"왜 이렇게 판단했나요?"

작업의 이유를 묻고 또 물었다.
‘그냥 느낌이 좋아서요’라고 말하던 나는 어느새 말문이 막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내 생각의 뿌리를 찾기 시작했다.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의미 있는 선택’을 위한 근거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 학기 마지막에 제출했던 설치미술 작품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업이다.
실험적이었고, 이야기로 꽉 차 있었다.

‘왜’라는 질문이 없었다면, 그저 예쁜 장식품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지금 회의실 안에서 디자이너로서 앉아 있다.

"느낌이 괜찮지 않아요?", "컬러가 좀 그런데...", "뭔가 감이 안 와"와 같은 모호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목표 일정을 앞두고, 갑자기 방향이 바뀌고 컨셉이 뒤집히는 상황. 이 직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말들이 오가는 공간에서 내 안의 교수님이 ‘Why?’를 외친다.


직관과 느낌. 내가 사랑하는 단어들이다. 또한 판단의 첫 번째 기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은 직관과 느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왜’라는 질문이 목적과 논리를 만들어내고, 더 강력한 설득력을 준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초점이 흔들릴 때 필요한 것

한 장의 사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면 주제는 흐려지는 법이다.

보는 이에게 전달할 메시지도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시도하고 싶을 때, 방향을 잃기 쉽다.

자신에게 물어보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항해의 방향키가 되어준다.

그 질문이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고, 진정 중요한 것만 남긴다. 질문은 선명함의 시작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때,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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