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7만 원 아끼려다, 외식업계 큰손이 되었습니다

by 공감수집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수영 강습에 당첨된다는 건, 가히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라 불린다.

나 역시 그 천운을 기다리다 지친 평범한 아빠였다.

몇 년째 대기 명단만 하염없이 확인하던 내게, 아들은 송곳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빠, 우리 집 돈 없어? 왜 여기만 기다려?”


결국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설 수영장 문을 두드렸다. 주 2회 강습비 28만 원, 셔틀비 2만 원.

'아이들 머리 말려주고 닦아 주는 서비스를 없애고 차라리 비용을 낮출 것이지...'

블로그 리뷰 시 5 만 원을 깎아준다는 말에, 나는 자발적 ‘저임금 마케터’가 되어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들에게 내건 단 하나의 조건은 엄격했다.

"6개월 안에 모든 영법 마스터하기."

하지만 아이의 몸은 생각보다 뻣뻣했고, 딱 접영 입구까지만 발을 들인 채 정확히 반 년 만에 수영을 그만뒀다.


참 묘하다. 포기할 때쯤 기회가 온다.

옆 동네에 새로 생긴 문화체육센터 초급반에 덜컥 당첨된 것이다. 어린이 할인까지 받으니 월 수강료는 단돈 2만 5천 590 원. 사설 수영장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다. 그야말로 '혜자'로운 행운이었다.

물론 대가는 있었다. 아내는 매주 3번,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고된 일정을 감내해야 했다. 첫 달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업 만족도는 높았고, 아이의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배꼽시계'였다.

오후 6시라는 절묘한 수업 종료 시간, 한 시간 동안 몰아친 전신 운동, 그리고 3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을 때 화려한 네온사인을 뽐내며 유혹하는 식당들.

이 세 가지 완벽한 조건이 맞물리자 아들의 몸은 무시무시한 ‘배고픔 모드’에 들어서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것은 허기를 넘어선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

아들의 '배고픔 모드'가 '고기 향'과 만나자, 아낀 수강료는 고스란히 외식비로 증발했다. 결국 사설 수영장에 갖다 바치던 비용과 똔똔(?)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지자체 수영 강습에 외식 업계가 웃다.jpg 폭풍 흡입 중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덤'이 찾아왔다.

사설 수영장에서는 선생님이 다 해줬던 샤워와 뒷정리를, 이제 아이는 스스로 해낸다. 젖은 수건을 챙기고 세면도구를 가방에 차곡차곡 넣는 법을 배우며 아이는 조금씩 '자기 관리'라는 영역에 발을 들였다.

더 많은 친구와 줄을 서며 질서를 배우고, 셔틀버스 안에서 유튜브를 보는 대신 엄마와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배운 발차기에 대해 떠든다.

30만 원을 낼 때는 보이지 않던 아이의 '자립'이, 2만 5천 원짜리 강습에서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인생은 '가성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낀 돈이 입으로 들어갈지언정, 그 과정을 통해 아이가 물살을 가르듯 세상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남는 장사가 아닐까.


....라고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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