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없는 자기 계발 노하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요? '나'라는 눈으로 해석과 판단이 들어가기 전의 세상을 마주하는 것, 그렇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최고 지성의 한 형태라고 크리슈나무르티라는 명상가이자 철학가가 이야기하더군요.
실제로 해보려니 참으로 어려웠어요. 10년 이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을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 것 같은 데요. 아직 잘 안 돼요. 아직까지 흉내 내는 수준인데요. 요즘 집중 관찰 주간이라고 정해서 관찰 훈련을 집중해서 하고 있어요. 관찰 훈련의 한 줄 소감은, "저는 여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였어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거의 동시에 그의 행동 몇 가지를 캐치한 다음 해석하고 판단해요. 매우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말이죠. 내가 과거 경험한 사람들의 프레임에 이 사람으로부터 관찰된 정보를 요리조리 끼워 맞춰요. 그러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프레임에 딱 들어맞는 순간이 오면 환해지고 시원해집니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고 라벨링을 붙인 뒤(해석하고 판단한 뒤), 이 사람을 계속 만나거나 또는 만나지 않거나 만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날지 등을 결정하더군요. 매우 빠르게 거의 자동적으로 말이죠.
사람뿐만이 아니고요. 오감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그렇게 판단하고 해석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음식, 공간, 옷, 소품 등등 나 아닌 모든 것을 순간순간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났습니다. 그렇게 해석하고 판단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놀랬어요. 그렇게 들어온 정보를 '좋은 것' '나쁜 것'이라고 기계처럼 탁탁 분류하고 있더군요. 좋은 것이라고 분류된 것은 다음에 또 해야 할 목록으로 자동 분류되고요. 나쁜 것이라고 분류된 것은 다음에 피해야 할 목록으로 분류되더군요.
프로세스를 단계 별로 정리해볼게요.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어요.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이 사람은 어떤 인간에 가까운지를 찾아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이죠.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이 사람을 라벨링 해요. 그리곤 만날지 말지 등을 결정해요. '좋은 것'으로 판명되면 계속 연락하고 옆에 두고 싶어 하고요. '나쁜 것'이라고 판명되면 도망가는 것이죠. 여기서 '사람'이라는 것에 다른 어떤 걸 대입해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음식, 장소, 옷, 소품 등등의 먹고 입고 듣고 보고 만지는 모든 사물에 이런 프로세스가 단계 별로 작동됩니다.
이렇게 관찰 훈련을 지속하다 보니 각 단계의 시작점과 끝나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겠더군요.
예를 들면, 내가 우리 회사 대표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에 '좋다, 나쁘다, 그지 같다, 무례하다, 아쉽다 등등의 판단과 해석'을 내리는 찰나의 시작점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을 말이죠. 이렇게 나의 경험을 관찰을 통해 분절하게 되니, 그 시점에 내가 어떤 기분을 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그 결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덩달아 내가 어떤 기분, 어떤 생각,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선택의 폭도 넓어졌지요.
예를 들어 보면, 위의 예에서 먼저 대표의 행동 하나가 관찰되었습니다. 내가 관찰한 대표의 행동은 '대표가 회의에 들어오더니 30분 동안 나의 의견을 한 번도 묻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한다' 였어요. 이러한 대표의 행동을 '관찰'함과 거의 동시에 저의 반응, 해석과 판단이 떠오르는 것이 인지 되더군요.
"아 답답하다, 갑갑하다" 등의 느낌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판단과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참 무례한 인간이네, 이게 무슨 대표냐, 현타 온다, 이런 대화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등등의 나의 판단과 해석 등이요.
이렇게 나의 경험을 단계 별로 쪼개고 보니, 내가 왜 회사에 오면 짜증이 나는지, 회사에 오고 싶지 않은지, 대표를 왜 그리 싫어하는지, 삶이 왜 이리 괴로운지 등을 알 수 있었죠(참고로 대표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 이렇게 집중 훈련을 오래 하다 보니,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의 영역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이 습관이라는 것이 우리를 어떻게 기계화하는지, 우리는 어쩌면 평생 '의식적 선택'이 아닌 '무의식적 반응'만 하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파블로프의 실험을 사람에게 하였다면 우리도 침을 흘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부터 자본주의 등의 체제가 자생할 수 있는 이유 나아가 AI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 등 뭐 이런저런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나아가 내 경험을 바꾸는 방법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위의 대표로부터 관찰된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 시작점을 캐치하여 그 순간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하던 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해보는 훈련을 한다면 여태까지의 내 경험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의 경험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튼 이번 훈련 주간은 참 즐거운 경험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러한 집중 훈련을 가지고 그 경험을 나눠봐야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