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집에 있는 배우자에게 오늘 상사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혀를 내두르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돌+I인가? 우리 부장님은, 우리 팀장님은, 우리 상무님은, 우리 대표님은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가?
나의 이해 능력을 넘어서는 듯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싫습니다. 상사는 이미 내가 그어 놓은 선을 넘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선을 넘었고, 나의 마음은 상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을 이해할 의무는 내게 없습니다. 이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내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상사를 보면 눈덩이처럼 미움과 짜증이 불어갑니다. 이제는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만 봐도 나의 마음은 오염됩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이미 나의 마음은 오염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오염원입니다. 나의 맑고 맑은 물에 시커먼 폐수를 끼얹은 건 저 새끼입니다.
속이 시커메졌습니다. 저 아저씨 때문에요.
그 아저씨는 아저씨 나름대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아마 옆의 비슷한 직급의 동료들과 만나면 당신 이야기를 할 겁니다. 가족들에게도 하겠죠. 동료들에겐 어느 정도 공감받습니다만 가족들에겐 혼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가족 구성원들이 겪는 경험은 그 아저씨 보다 젊은 직원과 가까울 가능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친놈은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20-30대 젊은 미친놈도 많습니다. 위는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에 불과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너의 마음도 나의 마음과 같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구나
우리 회사는 어느새 시커먼 재만 남았구나
우리는 어쩌다 지옥불에 떨어졌나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입니다.
회사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각자 지옥에서 뒹굽니다.
그러니 만나면 어떤 놈이 더 미친놈인지를 가려내는 게임이 가능합니다.
제 각각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유일합니다.
'우리', 즉, 그 원인을 만들고 결과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가 해결책을 찾는 주체요 우리가 바로 해결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당신과 그 아저씨의 문제를 말이지요.
대표가 와서 중재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말하면 입만 아픕니다.
이런 이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내가 바로 지옥불에 뛰어든 장본인이다. 저 아저씨와 함께.
그 아저씨 또한 이러한 이해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 아저씨는 나의 통제 밖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고 욕하는 것은 지나가는 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곤 그 돌부리에 대고 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일단 통제할 수 있는 것부터 손을 대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통제 가능한 영역은 '당신' 밖에 없습니다.
결국 '당신이 문제의 원인이야!!!'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게냐?라고 화가 나신 분이 있을 듯합니다. 잘못짚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당신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저도 위와 같은 경험을 지겹도록 많이 해본 유경험자로서 나름 나만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들어나 보실래요?
먼저 아래 소개할 방법은 100% 저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저에겐 검증된 방법론 입다만, 당신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뚜렷한 본인만의 방법이 없다면 한 번 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방법은 구분 동작으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구분 동작의 효과는 제가 군대에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후 수많은 장면에서 입증하였습니다. 참고로 제 딸은 저의 구분 동작을 활용한 지도 아래 6살 때 두 발 자전거를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타기 시작했죠. 이 또한 물론 개인차는 있습니다 ㅎㅎ 제가 이렇게 개인차를 강조하는 이유는, 정말로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죠. 그걸 말 안 하는 사람들, 광고물들이 요즘은 너무나 많은데 저는 그런 행위는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차가 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첫 번째는 '관찰'입니다.
관찰해야 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관찰해야 합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의 당신 마음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돌+I 상사를 회사에서 가장 먼저 보았을 때 당신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해 보는 것입니다.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 기분과 함께 어떤 생각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처음엔 힘들어요. 반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나도 모르게 이미 그 감정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있죠. 감정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러한 감정에 오래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그 순간의 반응은 더욱 짧은 시간에 일어날 겁니다.
그 순간에 나의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부터 관찰하려고 해 보세요. 해보고 안 되면 미리 그 상황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 상황에 부딪쳐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것보다 훨씬 낫죠. 이렇게 끊임없이 내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반응하는 나의 마음(기분, 생각)을 관찰해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냥 흘려보내기'입니다.
실컷 관찰했더니 그냥 흘려보내라고요? 맞습니다. 흘려보내셔야 합니다. 근데 '그냥 흘려보내기'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요? '그냥 흘려보낸다는 것'은 위의 관찰에서 감지된 나의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걸 말합니다. 그 반응에 순간 끌려가면 흘려보내기에 실패하신 거죠. 그럼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돌+I를 보면
옛 기억이 자동으로 살아나고
그 기억이 불러오는 감정 또한 살아나고
기분이 더러워지고
그래서 최대한 피하고 싶어 도망을 가거나 숨어요.
도망가서 일을 하거나 동료들과 수다라도 떨면 잠깐 잊히는 듯 하나
그것도 잠깐, 회의라도 할라 치면 그 사람을 싫어하는 포인트가 또 한 번 관찰되고
그래서 감정이 다시 한번 살아나고
기분이 다시 더러워져 오늘 하루를 망칩니다.
이런 하루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지속된다면?
이런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당신의 삶은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초 관찰된 그 반응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흘러 보냄으로써 나의 기계적인 감정 사이클에 끌려가지 않게 되는 것이죠. 이걸 그냥 시도한다고 될까요? 어렵습니다. 담배 혹시 끊어보셨나요? 그것 만큼 어렵습니다. 왜냐면 이러한 감정적 반응 또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흘려보내는 반복 훈련을 통해 그 사람에게 덕지덕지,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은 나의 묵은 감정을 띄어내야 하는 것이죠.
마지막은 '돌아보기'입니다.
위 '관찰'과 '흘려보내기' 단계가 숙달이 된다면 필요 없는 단계이긴 합니다만, 처음 하신 분들을 위한 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관찰'과 '흘려보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 하루에 10번 시도하면 1번 성공할까 말까 일거예요. 아니 그 보다 확률이 더 낮을 건데요. 그래서 이 '돌아보기' 단계가 필요합니다. '돌아보기' 단계는 오답 노트라고 보시면 될 듯한데요 성공보다 실패가 많으니 실패를 분석하는 것이죠. '몇 번을 시도했고, 그중에 몇 번을 성공했고, 그땐 왜 성공/실패했고, 왜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까?' 등등의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지요. 핵심은 '성공과 실패 요인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걸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다 보면 나의 마음 패턴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언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죠. 그렇게 나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세상에 내보내고 있는 나의 마음을 반추해 보는 것입니다.
자~ 이렇게 계속 훈련을 하다 보면 신기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전에 그 발로 차고 싶던 상사가 사라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상사는 그대로인데 차고 싶은 마음이 연해집니다. 물론 이런 훈련을 잠깐 한다고 해서 당장 사라지진 않습니다. 상사에 대한 나의 미움이 연해지고 묽어져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그 상사에게 덜 격정적으로 반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일단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인 나를 단련하고 나면 그 뒤는 더 선택하기 쉽습니다.
그 상사와 계속 함께 해도 되고, 그 상사를 떠나도 괜찮습니다. 그땐 정말 자유가 생기는 것이죠. 이렇게 자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 이상 내가 매달려 있거나 묶여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떠나든 계속 함께 하든 별로 중요하지 않죠. 그러나 이런 마음의 조정이 없다면 나는 구속됩니다. 왜냐면 반드시 상사를 떠나야 하는 것 외엔 옵션이 없기 때문이죠.
상사를 예로 들었지만 상사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여자친구, 남편, 아내, 장모님, 어머니, 아버지, 형, 누나 등등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합니다. 이제 핵심 원리를 알았으니 한 번 해보시겠어요? 효과가 어땠는지는 꼭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