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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by 진사이드Jinside

어제 회사 동료와의 산책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수 천억이 있다면 무얼 할 것이냐는 물음에 집 사고 차 사고 등등 좀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뭐라도 있어 보이고 싶어 여러 미사여구로 있어빌러티를 뽐냈는데 이제는 나오는 말이 죄다 저런 것이다. 창피하진 않았지만 얄팍한 내 삶이 좀 멋이 없어 보이긴 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일상에서 하는 것들의 의미는 뭘까? 의미가 있긴 한 걸까? 별 다를 것 없이 사는 인생에 억지로 어떤 의미를 붙인다고 의미가 있을까? 꼭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내 삶의 의미를 꼭 부여해야만 하는가? 의미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의미가 있긴 할까?


어느 것 하나 명쾌한 대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의미를 붙이든 붙이지 않든 나의 선택이다. 의미를 붙인다고 해서 반드시 내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 수 있고 의미를 붙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반대가 참이 아닐 수 있다. 핵심은 의미를 붙이는 것이 좋은가 안 좋은가가 아니다.


나의 선택이 핵심이다. 선택하면 된다. 의미를 붙일 것인지 말 것인지. 다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의미를 외부로부터 찾으려 하진 말자. 의미는 내가 '붙이는 것'이지 외부로부터 '찾을 수 있는' 성질의 무언가가 아니다. 외부로부터 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비슷하다. 즉, 찾을 수 없다.


'외부로부터 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의 말 뜻은, 누군가가 이미 부여해 놓은 의미를 마치 내 삶에 떨어진 미션인 것처럼 전부인양 생각하고 믿는 것을 말한다. 내 직업을 나라고 여긴다거나, 내 포지션을 나라고 여긴다거나,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나라고 여긴다거나, 누군가의 말을 어떤 책에서 본 내용을 강하게 믿는다거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나라고 여긴다거나 등등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이미 붙여진 무언가를 내가 살아가는 이유로 치환하거나 내 삶을 해석하는 필터가 되면, 그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의 기준이기에 남의 삶이다. 그래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외부의 그것이다.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험하다.


내 삶의 의미를 고민한다면 내가 의미를 '붙여야' 한다. 약간 무서운 생각이 하나 있다. 나는 내가 의미를 붙인다고 생각한 것들이 외부의 무언가에 의해 나도 모르게 각인된 것이라면? 나의 생각, 감정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나의 의식적 결과물이 아니라면? 실제 연구 결과 중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너무 멀리는 가지 말자. 설령 그렇다 쳐도 의미를 내가 붙인다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그런데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 게 우리 삶의 한계일까... 찝찝한 건 어쩔 수없다).


그럼 내 삶의 의미는 어떻게 붙일 것인가? 당연히 정해진 답은 없다. 얄팍한 생각만 조심하면 된다. 가령, 어떻게 붙여야 내가 더 부자가 되지? 또는 행복해지지? 등등 이 또한 사회에서 어느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는 시도이니 얄팍하다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묻고 어떻게 붙여야 할까?



철저히 개인적이어야 한다. 오직 나만의 스토리에 근거하여 내 삶을 나의 눈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나만의 의미를 창조해내야 한다. '붙인다'는 말은 곧 창조다. 매일 일정 시간을 내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묻고 답하는 시간을 내면 조금 도움이 되겠다. 아니면 꼭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 하려는 행동이, 내가 지금 원하는 것들을 내가 왜 하려는지, 그것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잠깐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나를 제삼자의 눈으로 쳐다보는 훈련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나에게 과몰입되어 있다면 개인적인 나의 스토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제대로 보지 못하면 우리의 눈에 이미 씌여져 있는 장벽을 넘어설 수 없다.


나도 내 삶에 의미를 붙여 보았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붙여보려다가 일에 너무 과몰입하는 것 같아 조금 더 크게 내 삶을 관조해 보았다. 가볍게 내 삶을 보니 이런 말들이 나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좋아할 수 있는)과 좋아하는 일을 원 없이 하는 삶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나다운 삶이다. 좋다는 말이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흥분되는 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편안함을 역행해도 얼마든지 좋다. 재미있다고 해서 편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흥분된다고 해서 지루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선한 영향력이라고 해서 꽃길만 걷겠다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똥밭에도 구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재미있어야 하고, 흥분되어야 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 필요한 변화가 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어떤 행동을 욕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하지 못한 변화를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벽한 사람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한계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동료와의 짧은 대화 덕분에 제법 의미 있는 의미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의미'라는 것은 내가 '붙이기' 나름이다. 요즘 삶이 재미가 없다면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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