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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Jul 14. 2022

메뚜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동물, 그중 파충류를 좋아하는 9살 아들 덕분에 아주 평범한 동물, 곤충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 아이가 파충류에 관심을 보인 시기는 세 살 무렵인데, 이때부터 파충류 전시회, 카페를 거의 매주 함께 다녔고 다른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을 때 저희 아이는 동화책보다 파충류 도감에 관심을 보이고 읽어달라고 하곤 했습니다.


집에서 파충류 키우는 것을 극구 반대하던 아이 엄마도 자식에게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고 파충류를 키우는 것에 동의했지만, 조건은 단 하나 '다리가 달린 작은 파충류'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다리가 달린 작은 파충류' 중에서 크기도 작고, 그나마 키우기가 쉽다는 도마뱀붙이 류의 크레스티드 게코와 레오파드 게코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원래 사바나 모니터 급의 큰 도마뱀을 키우고 싶어 했으나 와이프가 사바나 모니터의 먹이가 뭔지 알게 된 이후로 사바나 모니터는 저희 집에서 금지된 반려 동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좌측이 사바나 모니터 우측이 아르헨티나 테구 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자기가 14살, 즉 중학생이 되면 반드시 사바나 모니터 또는 아르헨티나 테구 같은 대형 도마뱀을 키우겠다고 합니다. 저는 사바나 모니터를 키우든 스마트 모니터를 키우든 상관없지만, 아이가 커서 아이 엄마와 원만한 타협점을 찾았으면 합니다. 


지금 함께 하고 있거나 과거에 함께 했던 '다리 달린 작은 파충류' 가족들을 소개하면

크레스티드 게코 이름은 갈코입니다. 이름을 지어준 아들은 갈색 크레스티드 게코를 줄여 '갈코' 이렇게 불렀습니다. 작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아쉽게도 한 번의 탈피를 마치고 안타깝게도 구름다리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미안하다며 엉엉 울었는데, 저도 마음속으로 이 작은 생명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제대로 키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재미있게 뛰어놀고 있었으면 합니다. 


눈이 아주 예쁜 레오파드 게코 구름이입니다. 이 아이를 처음 집에 데려오는 날 차 안에서 아이가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다 구름이 너무 예쁘다며 이 아이의 이름을 '구름이'라고 지었습니다. 한때 몸이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병원 (도마뱀류는 특수 병원에 다녀야 합니다. 병원비가 은근히 비쌉니다...)에서 열심히 치료받고, 관심을 가지고 먹이를 주며 영양제를 먹였더니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제가 가장 예뻐하는 아이인데, 손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 빤히 저를 쳐다보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있기도 합니다. 과연 이 녀석이 나를 알아보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우리 집의 말썽꾸러기, 똥쟁이 아가씨 보노입니다. 레오파드 게코인 보노는 보라색과 노란색이 섞여 있는 외모 때문에 아들이 '보노'라고 지었습니다. 이름에서 U2의 보컬이신 그분이 떠오르네요. 


이 녀석 엄청 개구쟁이인데, 먹이를 주기 위해서 또는 집 청소를 위해 잠시 집 밖으로 내놓으면 여기저기를 달려 다니며 관찰하는 호기심 많은 녀석입니다. 먹이를 주는 아들의 손가락을 물기도 했고 (상처 나거나 아프지는 않습니다.) 가끔 휴지를 물고 늘어져서 강제로 입에서 빼내곤 합니다. 


드디어 오늘 제가 이 글에서 소개하려는 저희 집 반려 메뚜기 "뚝돌이" 입니다. 


뚝돌이와의 첫 만남은 지난 현충일, 한 쇼핑몰의 옥상정원에서 아이와 산책하다 우리 옆을 폴짝 뛰며 지나가는 아주 작은 메뚜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정말 손톱 크기만 한 작은 녹색의 메뚜기였는데, 동물은 물론 곤충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살짝 잡게 되었고, 집에서 키우고 싶다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집으로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돌처럼 단단하고 튼튼하게 자라렴" 하는 아들의 바람처럼 "뚝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뚝돌이는 처음 저희 집에 온 날부터 아들의 관심과 사랑을 지금까지 듬뿍 받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인사하는 것도 뚝돌이고, 하교 후 자기 방으로 달려가 가장 먼저 인사해주며 안부를 묻는 것도 뚝돌이입니다. 


뚝돌이가 처음 허물을 벗을 때 (집에 온 지 2일 만에 처음으로 허물을 벗었습니다.) 뚝돌이가 죽은 게 아니냐며 걱정하고 울먹거리는 아들과 함께 지켜봤는데, 다행히 뚝돌이는 건강하게 탈피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도마뱀들이 허물을 벗는 것을 지켜보거나 도와준 적은 있는데, 메뚜기가 허물을 벗는 것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처음 탈피를 마쳤을 때 사진입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멀리서 찍었더니 사진이 좀 깨지는 느낌입니다. 

두 번째 탈피를 마쳤을 때 뚝돌이의 모습입니다. 몸의 색도 변한 것이 느껴지고 날개가 좀 더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 세 번째 탈피를 마친 모습입니다. 몸의 색이 바닥의 흙색과 비슷해졌으며, 날개도 이제 다 큰 것 같습니다. 몸의 변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뒷다리가 붉은색으로 변했습니다. 


신기하게 허물을 벗으면 외형과 몸 색깔도 변하게 되는데, 그동안 세 번의 탈피를 거치면서 연녹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그리고 지금은 짙은 갈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날개인가 싶던 작은 날개도 지금은 제법 커졌습니다.


상추, 과일, 나뭇잎 등 여러 풀잎(?) 및 채소를 줘 봤는데, 뚝돌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풀 잎입니다. 

강아지 풀잎만 넣어주면 뚝돌이는 두 명의 관객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먹방을 찍습니다. 오드득 오드득 잎을 뜯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기도 합니다. 


그리고 뚝돌이가 좋아하는 것은 햇볕이 눈부신 날 일광욕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제 손가락을 보면 괴물을 본 것처럼 날뛰고 도망치는데, 일광욕을 하는 순간만큼은 살짝 제 손가락을 내밀어도 가만히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 이유로 반려동물 또는 반려 곤충(?)을 키웁니다.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 때문에 키우기 시작한 도마뱀, 메뚜기이지만, 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아이도 그렇지만 저도 많은 것이 변함을 느낍니다. 


특히 저보다 아이가 많이 변했는데,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은 기본이고 자기보다 어리고 약한 동물, 곤충들을 "형"으로써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도 배운 것 같습니다. 


생명에 호기심이나 관심이 많은 자녀를 둔 분은 물론 '누군가'의 성장을 바라보며 뿌듯함과 흐뭇함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꼭 메뚜기가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을 키워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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