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해악을 깨닫지 못한다
"호수의 풀들은 시들어가고 새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네" -키츠
일이 너무 많아서 힘이 들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떠나버리고 싶을 때, 여러분은 어떤 장소를 떠올리시나요? 몰디브같은 바닷가 휴양지, 새소리가 고요히 들리는 산림욕장, 밤하늘에 은하수가 보이는 드넓은 초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소의 공통점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곳이 아닐까 합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도 시원한 나무그늘, 새의 울음소리,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불편해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이자 지구의 주인이라 자처하는 인간도 결국은 자연으로부터 온 존재이기에, 그 균형과 조화의 안에 있을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 나아가 과학자들이 말하는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은 그 안정성과 균형에 기반을 두고있습니다. 얽히고 섥혀 복잡한 그물구조로 서로의 개체수를 적절히 유지하는 먹이그물,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수분과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 등 구성원들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으로 인해 자연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욕심많은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인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자 먹을것이 더 필요했고 먹을것이 늘어나자 또 인구가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인간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많은 땅을 농지로 사용하거나, 더 많은 가축을 기르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자연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었지만, 자연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까진 아니었죠. 그러나 과학의 발전, 정확히는 화학약품의 발전은 자연 그 자체를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전을 진행하면서 인간은 몇몇 화학물질들이 곤충에게 치명적 독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살충제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업체들은 살충제가 해충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농가를 구제해 줄 명약인 듯 홍보했고, 많은 나라와 많은 농지에 해충구제라는 명목으로 다량의 화학약품이 살포되었습니다. 농지 면적당 살포용량이 정해져 있었지만, 비행기에서 살포되는 화학약품에 용량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살충제가 살포된 후, 이상한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농지에는 해충 뿐 아니라 벌, 나비를 비롯한 모든 곤충이 죽어있었고 뒷마당에선 죽은 기러기와 쥐가 발견되었습니다. 아침마다 들리던 새소리는 들리지 않고 가축들은 병이 들어 죽어갔습니다. 살충제가 흘러들어간 농지 근처의 하천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윽고, 농지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신경이 마비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살충제의 성분은 DDT. 현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신경세포에 독성 작용을 하는 유기염소계 물질이었습니다.
20세기 중반 사용되었던 살충제의 성분은 지금까지도 자연에 축적된 상태로 발견됩니다. 이미 지구상에 살충제 성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생명체는 없을 정도로. 살충제 살포는 대규모로, 장기간 이어졌으나 결국 그들은 원하는 해충퇴치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해충은 강한 번식력을 기반으로 내성을 가진 자손을 계속 만들어냈고, 그들은 이미 다른 천적들이 살충제로 인해 전멸한 농지에서 더욱 기승을 부렸습니다. 더 강한 살충제를 사용할수록 의도치 않았던 다른 생물들은 죽어가고, 해충은 머지않아 돌아왔습니다.
더 많은 식량을 얻겠다는 인간의 욕심은 새소리도, 꽃과 꽃을 날아다니는 곤충도, 물속의 물고기도 없는 침묵의 봄을 만들었습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으로 살충제 사용이 생물들에게 유해성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린 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DDT를 비롯한 여러 유기염소계열 살충제의 사용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화학물질들은 아직도 우리 몸속에 축적되어있고, 앞으로도 오랜시간 모든 생물체의 몸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살충제의 사례로 알 수 있듯, 인간의 욕심은 우리가 과학이라는 도구를 손에 넣으면서 점점 더 위험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칼을 손에 쥔 어린아이는 주변 사람들도 다치게 하고 자기 자신도 상처입히게 되는 것처럼, 인간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벌레 몇 마리 잡자고 마구잡이로 살포했던 과거의 모습은 마치 자해를 하는 것 처럼 안타깝게 보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알고 있기에, 과거 그들의 행동을 어리석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후대의 사람들이 볼 때 우리는 어떨까요? 기후변화, 쓰레기문제, 각종 화학물질, 생물종의 멸종.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지금의 우리가 과학으로 자연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과거의 사람들도 자연에 대해 잘 아노라, 살충제는 자연에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자연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들의 행동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중해야합니다.
살충제를 사용하기전에 다른 생물종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봤더라면, 살포 구역과 용량을 준수해서 살포했더라면, 다른 동식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량 살포가 아닌 부분살포를 했더라면 ...
친환경에너지를 더 빨리 개발했다면, 쓰레기의 배출량을 줄였다면, 유독성 물질을 내뿜는 공장에 정화 시설을 설치했다면,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빨리 막았더라면....
살충제 살포의 피해와 문제점을 고발한 침묵의 봄은 오늘날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것인가. 지금 우리의 행동이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