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영장, 슬기로운 사람(호모 사피엔스), 지구의 지배자. 우리는 이런 멋진 수식어들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를 설명하곤 합니다. 확실히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도구를 사용할줄 알고, 사회를 이루는 능력이 뛰어나며, 미래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특징들을 통해 문명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정말 슬기롭고 뛰어난 존재들일까요?
현재 공식적으로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것은,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암컷 유인원의 화석인 루시(Lucy)입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 더 잘 알려진 종의 한 개체지요. 루시가 유명해진 이유는 꽤나 온전히 보존된 화석 상태 때문도 있지만, 어이없게 횡사했기 때문입니다. 루시의 사인은 추락사. 네, 유인원 주제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것입니다. 역사에서 수 없이 등장할 인간의 바보짓의 시작이었죠.
우리는 스스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뇌의 판단은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때가 많습니다. 우리 뇌는 굉장히 고집스러워서 조금이라도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만 옳다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확증편향'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인류의 바보짓에 큰 영향을 끼친 우리의 특성입니다. 수 천년동안 태양이 지구주위를 돈다고 믿었던 천동설이나, 반드시 빛의 매질이 있을거라며 만들어낸 가상의 물질 에테르. 오늘날까지도 정치적 신념, 과학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싸우는 것도, 우리 뇌가 틀린걸 인정하기를 죽어라 싫어하는 바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바보짓은 때론 웃어넘길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거나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인류라는 집단이 성장하면서 누가 조직의 결정권을 가질것인가가 문제가 되었고 결국 지도자가 출현했습니다. 이는 국가와 왕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때 인간은 지도자를 세습하는 구조를 선택하게됩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인류의 역사가 스펙타클하게 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 취임한 왕이 똑똑하고 인자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왕의 성격이 괴팍하면 이제 이건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역사에서 유흥에 빠져 국고를 탕진하고, 사람들을 잔혹하게 학살한 폭군들만 봐도, 한 인간의 바보짓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즐겨했던 바보짓은 바로 전쟁입니다. 전쟁은 고립된 원시사회를 제외하면 인류사 전체에 기록되어 있을만큼 지치지도 않고 반복한 바보짓입니다. 같은 종을 수십 수백만명 죽이는일 자체도 비 합리적인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또한 인간 특유의 바보스러움과 여러 웃지못할 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있지도 않은 적군과 싸워 1200명이 죽은 오스트리아군,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군대를 이끌고 들어가 적에게 전멸당한 피터스버그 포위전, 오만함과 고집으로 나폴레옹이 한 짓(겨울에 소련침공)을 똑같이 따라해 똑같이 망한 히틀러. 하긴, 전쟁자체가 사회의 모두가 흥분해서 이성을 놓아버리는 일이니 어떤 바보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긴 합니다.
대항해 시대부터 시작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여러 무역로를 개척했던 근데 제국주의 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이때는 근대 제국주의라는 근사한 이름보단 남의 집에 처들어가 집주인 손과 발을 자르고 노예로 삼았던 불법점거의 시대라고 불러야 맞지 않나 싶습니다만). 아메리카 대륙까지의 항로를 개척한 콜럼버스가 사실은 인도까지 가는 거리를 잘못계산해서, 중간에 아메리카 대륙이 없었으면 굶어 죽었을거란 사실은 인간의 바보스러움이 시대가 지나도 여전함을 보여주었고, 벨기에의 레오폴트 2세가 콩고의1000만명이 넘는 사람을 학살한 것은 인간의 역사가 눈부신 발전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역사에 주가 되지 못한 약자들이 겪은 비윤리적이고 잔혹한 흑역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바보짓은 자기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구잡이로 농지를 개척하고 산림을 파괴하여 일어난, 해 조차 보이지 않았던 모래폭풍 더스트볼. 화학물질을 처리도 없이 강물에 흘려보내 강물에 불이 붙었던 쿠야호가강의 화재. 고작 갤런당 3센트를 더 벌기위해 온 세상 생물들을 납중독으로 내 몰았던 토마스 미즐리의 유연 휘발유. 인간의 수가 많아지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바보짓 또한 인간만을 넘어서 환경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어마어마해져 버렸습니다.
작가는 그동안 인류의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의 바보같은 일들을 점잖게 비꼬며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을 가리켜 바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참 잘하는 짓이다 같은 조롱의 말을 하는데도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지 않는것은, 정작 우리의 모습에서도 과거의 이들과 같은 바보같은 모습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바보짓을 끊임없이 했던 인류가 아직까지도 문명을 발전시키고 번영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들이 살면서 얻었던 정보와 지식들을 후대에 전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식의 전달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어떤 돌이 부딫혔을때 불이 잘 붙는지, 강가에 앉아 하루종일 실험하고 있었을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발전하고 나아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실수를 후대에 전달해 주어야합니다.
지식을 축적해 문명이란 탑을 쌓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일입니다. 우리는 또 다시 인간이 엉뚱한 과학적 사실을 맹신하지 않도록, 욕심으로 인해 환경의 조화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제국주의와 식민지배같은 광기의 시대로 빠지지 않도록 우리의 실수와 실패, 흑역사들도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혹시 아나요?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의 흑역사를 잘 배워 더 이상 바보짓을 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 진짜 호모 사피엔스가 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