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슈퍼

by 이현주

1987년


자그마한 동네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멀리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그래서 제일 반기는 소리는 만물 장수의 트럭에서 나는 방울소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필요할 때마다 사고 싶은 소소한 물건들을 회관 한편에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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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는 집집마다 돌아가며 슈퍼를 했는데, 일순 씨네도 곧 순서가 되었다.

이 집의 손녀인 막둥이는 갖가지 물건들이 들어선 방 앞을 방앗간 드나들 듯 들락날락거렸다. 그중에서도 반짝거리고 큼지막한 글자가 쓰인 봉지에 든 과자들은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집안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이라곤 복숭아씨가 만들어주는 말린 국수와 누룽지에 설탕을 뿌린 과자가 다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건강한 햇볕을 머금은 그 설탕과자들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아무튼 난 그런 막둥이가 귀여워 산들바람이 불면 일부러 방문을 슬며시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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