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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May 28. 2024

저는 개발자 양성과정 국비교육 강사입니다

강사 5년 차가 되었습니다

2000년 6월 IT 스타트업에 웹마스터로 취업을 했었습니다.

전공은 전산학이지만, 프로그래밍은 제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PC통신 시삽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에 성공하게 되죠.

지금으로 보면 기획운영정도의 포지션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팀 분들이 전산과가 전공 두고 뭐 하냐고 일을 조금씩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html이었고, 사이트 개편에 투입돼서 디자인 화면을 보고 html으로 구성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때 했던 작업이 프런트 부분에 있어서는 코어 같은 느낌인데, 업무에 투입되면서 html 구성은 확실히 이해하게 됐었답니다. 이어서 DB도 배우게 됩니다. 회사에 들어온 바우처로 교육을 보내주면서, DB에 대한 호기심은 늘어만 갔고, 여러 이유로 퇴사 후에 오라클 교육센터에서 몇 개월간 교육을 듣고 OCP 8i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DBA로 취업하고 싶었지만, DB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경력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번 낙방한 뒤에 웹 개발자로 취업을 하게 됩니다.

실질적인 개발은 잘 모르다 보니, 맨땅에 헤딩을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구글 검색을 해서 모르는 걸 찾아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아니었어서, 책을 보고 개념 이해를 해야 했고, 다른 사람이 짜놓은 코드 보며 공부했었습니다. 모두 퇴근한 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자 앉아 울기도 했었답니다.


그랬던 제가 커뮤니티사이트, 공공기관, 항공사, 여행사, 물류/유통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경험하며 개발자로 조금씩 성장해 나갔습니다.  공공기관으로 이직해서 예산을 짜보기도 하고, 회사에서 홀로 개발하다가 개발팀을 꾸려 팀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잘하는 개발자들은 정말 많았습니다. 그중에 저는 냉정하게 말해서 잘하는 개발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꾸준히 열심히 하는 개발자였을 뿐입니다. 그렇게 꾸준하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개발을 해오고, 팀장까지 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자라는 직무에 애정도가 높아지기도 했고, 사이트 만들어 오픈할 때까지 너무 힘들지만, 오픈 뒤 정상운영되는 사이트를 보면서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쾌감을 맛보기도 했답니다.


국비교육 강사라고 하면서 갑자기 웬 길고 긴 사설이냐 싶으시죠?

개발자가 되기 위해 수업 듣는 친구들에게 꼭 수업만이 아니라 그 외에 이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줄 수 있는 이유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 분야 안에 있었기 때문에 수업 외에도 현장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공유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하는 국비교육은 개발자가 되고 싶은 전공자 혹은 비전공자 친구들이 듣는 교육과정입니다.

기회가 닿아 2020년부터 수업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자바, SQL, HTML/CSS/Javascript, Spring을 수업하고, 조별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는 과정을 했었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을 타고 와서 9시부터 6시까지 종일 수업 듣고 다시 퇴근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을 타는 생활을 대략 6개월 정도 해야 합니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이렇게 했었죠.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에서는 뭐가 달라지느냐. 출퇴근만 없을 뿐 하루종일 수업 듣고 프로젝트하는 건 똑같습니다.

5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의 패턴이 하루종일 이어진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렇게 하루 종일 집중해서 공부한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피로감이 느껴지시진 않나요?

그 집중력을 하루종일 유지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라고 생각이 들다 보니, IT업계의 직군이나 개발자가 하는 일들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 주기도 하고, 제가 일했을 때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가끔은 실없는 이야기들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공부한다고 그 많은 내용이 다 머릿속에 들어갈리는 만무이니까요.

많은 내용을 숨차게 진도를 나간다기보다는 제가 생각한 기준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복습을 하고, 차근차근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면서 전체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제 수업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수업하려고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일한 건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


작년부터 수업 내용이 조금 늘어나서,

기존에 했던 과목에 알고리즘(코딩테스트를 위한), jsp/servlet을 추가해서 하고 있는데요, 비대면이면서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긴 호흡으로 수업을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의 부드러운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 무척이나 긴장하고 수업을 듣기도 하고, 가장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시기의 친구들이기 때문에,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풀어줘야 공부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공부만 하고 싶은 친구들에겐 제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너무 긴장했거나 개발자라는 직무에 대해 막연한 친구들은 제 이야기들을 들으며 조금씩 긴장도 풀고 직무에 대한 이해도 늘고 개발과 조금 더 친숙하게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 많고, 개발자가 이걸 전부 다 잘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담을 점점 수업이 진행될수록 더 많이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다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어느 것이 더 재미있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내가 어떤 수업 들었을 때 재미있었는지, 그럼 그 직군은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자고.

개발자라는 직군에 대해 이해하고 내가 재미있어하는 부분과 매칭을 시켜보기도 하는 거죠.

처음 수업을 들을 때 확실하진 않지만, 찾아본다고 찾아보고 수업을 듣게 되었다면, 저와 수업을 하는 동안에 내가 어떤 것을 더 재미있어하는지 발견하고 그에 맞게 맞춰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보면 됩니다.


단순히 개발자가 되는 것 외에도 프런트엔드, 백엔드 중 어떤 포지션을 목표로 할 것인지, 회사에 취업을 할 때도 무작정 지원하는 것보다는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인 것을 먼저 숙지하고 이력서를 넣을 것인지도 함께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교육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도 앞으로 개발자의 진로에 대해 그리고 빠르게 바뀌는 현재 흐름 안에서 효과적인 프로그래밍 학습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꼭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프로그래밍과 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면 좀 더 편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찾아보고도 싶었고요.


수많은 국비교육이 있고, 국비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보니, 그 와중에 진심으로 이 진로를 가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걸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준비 없이 시작한 강사 생활이지만, 5년 차가 되고 나니 제 이런 진심을 알아주고, 현장에 나가 열심히 하고 있는 많은 친구들이 저를 만나서 좋았다고 이야기해 주어 그 힘으로 계속 수업을 하고 있고, 계속 이렇게 개발자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제가 할 수 있는 한 꾸준히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꾸준히 그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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