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왜 일하는지 모르겠던 시절에 우연히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샀던 그 책은 어느 날 우연히 시선이 제목에 꽂혔을 때 마음이 너무 시려서 그대로 뒤집어 꽂아두고 잊고 있었습니다.
나는왜일을시작하게되었을까요?
제 첫 직장은 제가 졸업한 학교의 시간강사였습니다.
책도 쓰고 공부도 조금 더 할 생각이라 직업을 갖겠다고는 생각하진 못했었을 때 우연한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던 시간 강사라는 직업은 사실 제게는 오랫동안 그게 제 첫 직장이라고 인식도 못할 정도로 직장이라는 의미를 두진 못했습니다.
직장이라고 하기엔 매주 2번만 일했기도 하고, 받는 돈도 너무 적었거든요.
물론다양한전공의학생들에게가정원예를강의하면서느꼈던초롱초롱한눈빛, 강의 후에도 남아서 주고받던 질문과 토론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열정,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까지 답안지에 빼곡하게 적어냈던 학생들의 생각과 너무 소중해서 감히 점수를 매길 수 없었던 한 학기 동안의 자신의 경험과 생각의 변화를 적어주었던 리포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었지 직업이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더군요.
다들 하니까 그냥 했던 취업.
결혼을 하기로 하고 충청도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을 구해 입사하게 되었고 그렇게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다들 졸업하면 일을 하기에 저도 당연히 취업을 해야만 하는 줄 알고 했을 뿐 돌이켜보니 그때 저는 회사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이런 생각은 하나도 없이 덜컥 회사를 다녔더군요.
단지 박사학위가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 회사가 뭔지도 모르면서 팀 리더가 되었고, 3명으로 시작해서 7명까지 점점 팀원을 늘려가면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일을 처리하며 리더십에 대해 배우고 행동하고 그랬습니다. 정말 정신이 없었지요.
그러다 문득 회사를 다니면 월급은 제 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첫 번째 회사에서는 월급을 월급날이 지나서 주기도 했고, 그것 마저도 쪼개서 주기도 했거든요. 주어지는 일은 명확한데, 받는 급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이직을 하면서 다른 것은 보지 않았고 급여만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옮긴 두 번째 회사는 열심히 하면 급여 이외에 상품권을 주기도 했고, 자잘한 이벤트를 통해 상품을 주기도 했고, 우리 팀이 열심히 한다며 점심에 택시를 태워 호텔 뷔페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입사하고 3개월 만에 연봉을 올려주기도 했고 매일 맛있는 간식이 풍족했습니다. 가끔 퇴근길에는 이렇게 시키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나도 곧 부자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짧지만 풍요로운 시절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시키는 대로 하면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이걸 하려고 10년을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제 오만한 생각이었고, 결국은 여러 회사를 돌고 세월을 지나 지나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회사 생활이 시작은 연구원으로 했으나 상품개발, 기획에 수시로 불러갔던 것을 보면 그 회사가 통찰력 있게 저를 지켜보고 저에게 맞는 일을 새로 주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한 실험실에서 10년을 공부한 사람이다! 연구! 연구! 기기분석! 추출! 다 뽑아내서 분석하고 어디에 좋은지 다 찔러볼 거야!!!! 와!!! 가자!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자. Go! 그렇게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걸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 짜릿하고 좋은 일이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면서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면서 오늘 내가 참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나는 불지옥에 갈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런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퇴근을 했는데 피곤한 게 아니라 무섭다는 생각이 몰려와서 눈물로 쏟아지던 날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제 개인적인 상황도 외롭고 고요할 때라 무서운 생각이 시작되면 한없이 커지더라고요.
이렇게는 제가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서둘러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무직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소속이 없는 삶.
매일 주어진 일이 없고, 소속도 없는 자연인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저는 스스로를 가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8살 이후로는 소속 없이 살아본 적이 없더군요.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너무 싫었습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과거의 나를 소개할 순 있었지만, 지금의 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고 쓸모없이 산소만 낭비하는 생명체라는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저를 구하기 위해 선택한 무소속 자연인의 삶이 저를 작고 초라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당시에는 새 삶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조급한 마음에 급하게 결정한 취업은 평생 남은 후회를 불러오고...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소속은 있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조급하게 취업했었습니다. 9시부터 6시까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조건에 관계없이 가자!
하지만 우리가 성급하게 하는 모든 일에는 늘 문제가 있는 법이지요. 취업은 할 수 있었지만,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그때의 성급한 결정은 제 인생을 복잡하게 꼬아놓기 시작했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로 남아 수많은 아름다운 밤을 술과 욕으로 뒤덮어 버리게 만들곤 합니다.
그때부터 자주 이런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나는 왜 일하고, 왜 회사를 다니는가?
이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나?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것들도 많더라고요.
돈이 최종 목적이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꾹꾹 참고 약간의 종잣돈을 마련한 후 주식 투자를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정부 지원을 받아서 창업을 해보는 방법도 있고, 전공을 살려 귀농 후 농사를 지어보는 것도 생각해봤습니다. 회사에서 정부 지원사업 담당자로도 활동하기도 하다 보니 주변에서 그러지 말고 네가 창업하는 건 어떠냐는 말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언제나 많은 고민 끝 마지막 선택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자본도 충분하지 않고 정보도 부족하면서 투자를 하자니 도박과 다름이 없어서 접었고, 식당을 하기엔 손재주가 부족했고, 온라인 사업을 해보자니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는 지식을 동원해서 사업을 해보자니 제가 꼭 해보고 싶고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기는 한데, 그러려면 필요한 돈은 아주 많은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돈을 벌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더라고요. 그렇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연구직 공무원이 되어보고자 노력한 시간도 있었으나 최종 합격하지 못해서 포기했습니다.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농사를 지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제 보잘것없는 체력으로는 안될 일이었고요.
어쨌거나 돈은 안 되는 일인데, 내 꿈을 위해 창업을 하게 된다면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그 일을 끝까지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돈을 위해서만 일하진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돈이 전혀 필요 없는 상황도 아니니까요.
결국 언제나 고민의 끝은 근로자.
욱 하는 마음에 사표를 꺼내지만, 이것 저것 재고 따지다 보면 제 상황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9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을 가장 보람되게 보낼 수 있으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게다가 스스로는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오랜 시간 나를 겪어보니 저는 혼자서는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기 어려운 사람이더군요. 아니다 싶으면 포기가 빠른 편인데 성공하려면 모름지기 뚝심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제가 포기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조금 더 해보자고 응원해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수시로 불안해하는데 누군가가 용기를 주면 쉽게 용기를 내기도 했고요. 일은 혼자 하길 원하지만, 일을 하는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응원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조직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전형적인 직장인이었습니다. 살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근로자가 되기 위해서 꼭 이 일을 해야 하나?
그런데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가면서 이런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더라도 종종 이런 곳을 매일 와야 하다니, 내가 이미 죽어서 지옥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출근해서 주어진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한 달 후에는 경제적 보상을 해준다.
이것이 회사라는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에서 9시부터 6시까지 하는 일이 저랑 너무 안 맞았거든요.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거나, 이건 하면 안 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제 주 업무인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그 일을 해내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하기 싫어서 돌아버릴 것 같은 날들이 생기더라고요.
이게 진짜 내가 원한 게 맞나? 이게 내 인생인가? 나를 이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두어도 되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나는 어떤 형태의 일을 선택할 것인가? 창업한 경영자? 재능을 뽐내는 소상공인? 성실하고 부지런한 농업인? 뚝심 있는 근로자? 공무원? 이 중에 선택한 일은 근로자인데, 근로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지 못해서 계속 스스로와의 불화가 생겼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또 나는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거죠.
세상에 수많은 일 중에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어쩌다 시간의 흐름에 인생을 내던지고 보니,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라 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돈도 주고, 성과급도 주는 것을 보면 내가 이 일이 제법 잘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 일 열심히 잘해놓고 돌아서서 와.. 이거 오늘 월급이랑 불지옥행 특급열차 티겟을 맞바꾼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건 제가 좋아하는 일은 아닌 것 같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직업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이 회사를 다니면 퇴근하고 집에 와서 두 다리 뻗고 속 편하게 잘 수 있는가였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부분은 다른 사람의 이해가 필요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 나름대로는 퇴근하는 길에 오늘 열심히 일해서 나는 나중에 지옥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몹시 중요했고, 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와 구석에 몰래 숨어서 이런 일 하려고 공부한 건가 하며 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내가 선택하지만, 하나도 모르면서 선택하는 것이 직업
우리가 자소서를 자소설이라 부르듯 근로자도 취업을 하기 위해 한껏 포장을 하지만 면접 볼 때에는 회사에서도 한껏 포장하더군요. 세상을 잘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너만 열심히 하면 우리와 함께 세상에 도움이 되는 근사하고 멋진 일을 함께 할 영광을 주겠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모두가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지만, 가끔은 본인과 그 직계 가족만이 세상의 전부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어떤 분들은 연구에 충실할 수 있는 근사하고 멋진 환경을 제공해주겠다고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연구와 경영진이 생각하시는 연구는 다를 수 있더군요. 아니 대부분 달랐습니다. 답을 찾는 과정을 연구로 보지 않고 답은 정해져 있는데 이 답이 정답이어야만 하니까 이걸 정답으로 만드는 과정을 연구라고 하시는 분이 많았으니까요.
소기업에 주로 취업하다 보니, 그 회사는 무슨 업무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당장 주어진 업무는 이것이지만 그 조직에 있다 보면 무슨 일까지 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것들은 잘 알지 못한 채 그 회사의 매출, 그 회사의 아이템, 나에게 줄 연봉과 복지, 회사까지 가는 교통수단과 시간, 회사 주변의 카페와 식당들 이런 것들만 대충 보고 회사에 입사 지원했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 8시간을 빼면 남는 16시간의 절반을 보내야 하는 곳이 직장이므로, 결국 제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확실한 회사라는 곳을 어리고 경솔했던 저는 거기가 어딘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쑥 입사 지원하고 면접보고 붙었다고 출근하고 그래 왔더라고요.
나는 어떤 근로자인가?
저는 아직도 제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답을 찾지 못했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일할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건을 겪으며 정리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냈을 때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 말아야 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발 뻗고 잘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하고 내가 무언가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고요.
문서를 잘 만들고,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지켜보고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순서를 정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향이 강해서 성공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고요.
하지만 실패에 대한 문책이 없다면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몰래 도전하는 것을 사랑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 많이 조사하고 분석하고 자료를 모으려고 하고, 내 생각에 대한 근거 자료를 갖추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곤 합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지만 시간을 충분히 갖고 조사해서 확신을 갖게 되면 흔들리지 않고 설득하고 주장하는 의외의 뚝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 조직의 불화에 크게 동요되지 않아 조절과 중재를 잘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아 사람들이 저를 불편해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내심 기쁘고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뿌듯해서 입꼬리가 씰룩 쌜룩 거리기도 하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고 싶은 39세.
이런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8년을 연구원으로 지내고, 10년을 연구하는 직장인으로 살면서 내린 결론은 이런 성향은 좋은 연구원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소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연구원으로는 틀려먹었다. 나는 이 조건에서는 안될 녀석이구나.
연구원으로는 틀려먹은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하려니 다른 직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 나이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괜찮은지도 불안했고요.
그냥 참으면 되는 일에 생각을 더하고 더해서 결국은 내가 내 인생과 커리어 전체를 말아먹는구나 싶어서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YOLO.
You Only Live Once. 한 번 사는 인생이라지요.
딱 한 번 사는 건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39세. 새로움을 준비하기에 딱 좋은 나이죠.
저는 아주 운이 좋게도 20대는 다른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며 하고 싶은 일만 했습니다.
30대에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영광을 누렸지만, 그걸 누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알겠는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며 지나왔습니다.
40대에는 내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고자 합니다.
새로움을 향한 준비와 시작
제 나름대로 10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세 가지 중요한 요소를 결정했습니다. 왜 일하는지 확신을 갖고 즐겁게 일하려면 이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어떤 형태의 일을 할 것인지 정하려면 내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경영인, 공무원, 회사원, 농업인, 상인, 투자가, 예술가 등등 이런 형태의 직종을 고르려면 내가 가진 자본은 얼마인지, 내 성향은 어떤지, 내가 가진 재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내 체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다양한 분석과 정확한 판단을 위한 결단력이 필요하더군요)
2.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농학박사학위를 받을 때에도 나는 딱 50대까지만 이 일 하고 그 후에는 그림 그릴 거야.라고 했었습니다.
근데 능력이 없어요. 그리고 싶은 그림은 있는데 손이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시는 연구소장님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는 나도 저렇게 나이 들면 되겠다! 딱 저거다! 하고 생각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제 손은 그건 못하더라고요.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해야 제 삶이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물론 연습을 하면 나아지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연습과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믿습니다. 제가 계속 그림 그리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면 실력이야 반드시 늘겠지요. 하지만 저에게 만족감을 줄 뿐 아무리 실력이 늘어도 제 그림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하는 일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구분할 필요가 있지요.
3. 내가 어떤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통 하루에 8시간 정도를 일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은 그 일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직장을 구할 때에는 이 곳의 업무환경이 쾌적한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 곳의 업무 진행 과정과 방법이 나의 성향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왜 하는지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할 때 많은 화가 쌓였고, 명분이 이상한 일은 하기가 싫었고, 목적이 명쾌한 일을 할 때 머리가 상쾌했고, 팀원들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할 때 심장이 뛰고 짜릿했고 더 잘하고 싶었거든요. 왜 해야 하는지 이해했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할 때에는 일이 아무리 많고 시간이 촉박해도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일이 조금이어도 화가 많을 때에는 늘 피곤했는데 일이 많아도 화가 쌓이지 않을 때는 피로도 짜릿하기도 했고요.
모두가 결과로 말한다고 하지만,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과 그 과정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이 저에게는 더 중요하더라고요.
1번에 대한 답을 찾는데 9년이 걸렸습니다.
2번은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10년이 지나고 나니 확신이 서지 않더군요.
3번 또한 대충은 안다고 믿었으나, 제가 생각하는 저는 요즘의 제가 아닙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나 10년의 역경은 사람을 변하게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