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게 바로 말을 해주면 나는 고쳤을 텐데, 왜 다른 사람에게는 내 험담을 하고 내게는 웃어주었던 건지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제게는 마냥 이상했던 사람.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 곱씹어보니 아, 그 양반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구나 싶습니다.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면 제가 표정관리도 잘 되지 않고 두고두고 미워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도 돌아보면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더군요. 왜 제 업무에 대한 불만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만 말하느냐 내가 알아야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하면 당돌하다고 저를 싫어할 것 같았고 미움받을 것 같아서 그냥 말 안 하고 뒤에서 욕하고 지나가곤 했었어요. 근데 뭐 회사에 예쁨 받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미움 좀 받아도 별 일 아니던데, 그땐 어려서 그랬는지 돈도 벌고 예쁨도 받고 호감도 얻고 싶고 그랬더라고요.
사회생활이 쌓여가면서 미움받을 용기를 갖는다면 오히려 더 많은 호감을 쌓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 나와는 맞지 않는 스타일로 끙끙대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만을 흘리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직접 말하고 욕먹고 미움받더라도 일을 잘 끝내고 나면 저를 향한 미움은 곧 금방 사그라지곤하더라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회사는 일을 잘하면 나머지 미움들은 흐르는 물에 솜사탕 녹듯 시간이 지날수록 미움은 사그라들기 마련이었어요.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거나 조직에서 귀여움을 받는 방법을 몰라 날카로운 단어를 많이 썼고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말해버려서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오해가 쌓여 미움이 커져버린 후에는 미움받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귀여움 받고 싶어서 헛된 노력도 많이 하곤 했지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날 미워할 테니까 알고도 모른 척했다가 막판에 다 같이 고생을 하기도 했어요. 부하직원에게 보고서는 이렇게 쓰는 거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더니 너무 싫은 기색을 내길래 저도 괜히 욕먹기 싫어서 보고서가 올라오면 그냥 알아서 편집해서 올렸었는데 조금씩 수정하다 보니 아예 새로 만든 것처럼 달라질 때도 있어서 나중에는 사수면서 후배를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만 만들어서 보고하고 후배 무시하고 키울 생각도 없다는 욕도 많이 먹었었지요.
회사에서 호감을 얻고자 싫은 소리를 참으면 결국은 일이 더 이상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당장 눈 앞의 미움을 피했지만 일은 꼬이고 사고가 터지고 결국 큰소리 오가고 사이는 어색해졌던 경험은 저도 겪었고, 제 상사도 그랬고 제 동료도 바로 우리 옆 팀에서도 계속 생겼어요.
호감 받고 싶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귀염둥이가 되겠다는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얘기들을 바로 말하면 앞에서는 욕을 먹긴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쌓이면 그것도 호감으로 바뀌는 일들이 있더라고요(물론, 불편할 수 있는 얘기들에 감정을 실어버리거나, 욕설을 함께 섞어버리면 곤란합니다. 내용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더라도 표현은 아름답게 해내야 하는 것이 21세기 한국 직장인의 숙명이지요).
그래 이번 달 급여는 욕 값이 반이겠구나. 욕 왕창 먹어도 일을 좀 힘들게 잘 몰고 가서 끝내버리자! 나서서 입 바른 소리 하고 미움받고 일이나 빨리 잘 끝내고 집에 가버리자! 여긴 어디? 회사! 난 뭐하러 왔지? 돈 벌러!
월급도 받고 호감도 받는 게 가능한가? 아니요!
회사에서 좋은 사람은 누구? 일 잘하는 사람!
회사에서 젤 미운 사람은 누구? 일 못하는 사람!
이런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론적으로 미움을 받는 방법을 택했던 저는 미움받기로 작정을 하고는 오히려 회사의 귀염둥이도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일하다 트러블이 좀 생기고 마음이 다쳐도 일을 잘 마무리하면 그런 상처는 다 잊힐 사이. 그것이 직장동료더군요.
그래 우리 팀에 욕받이가 필요하다면 내가 나서서 욕받이가 되자! 칭찬받고 귀염 받는다고 월급이 오르진 않고 미움받는다고 월급이 짜그라 들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미움받는 용기가 생기고 나서 오히려 귀염둥이가 되었습니다.
욕먹더라도 직진으로 가자. 사람은 직진으로 대한다.
조금 까칠하고 기가 세기는 한데 나쁜 애는 아니에요. 일은 시원시원하게 잘합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장착하고 난 다음부터 제가 종종 듣는 평가입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라면 된 거다 싶어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그래도 애는 착해요"
저는 회사에서는 일 못하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회사원들은 서로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까요. 서로 맡은 일 잘해서 하나로 합쳐 큰 성과를 내는 곳. 거기가 바로 회사죠.
일 못하는 사람이 제일 나쁘고, 두 번째는 남의 일 방해하는 사람이 나쁩니다. 인품은 훌륭한데 일은 못한다? 그건 회사에서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일과 사람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니까요. 좋은 사람들 모두가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일 못하는 사람 모두가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착하고 일 못하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착한데 일을 잘 못하면 제가 화가 아주 그냥 엄청 많이 나는데 화도 못 내게 되니까요. 걔가 그래도 애는 착해. 이 말은 지금 일을 다 망쳐놓은 그 해당 직원에게 화를 내면 전만 미친 사람이 되는구조입니다.
저는 그래서 일 못하고 착한 사람이 싫습니다.
회사에서 좋은 사람 되려면 방법은 하나. 일을 잘해야 하지요. 그리고 일을 잘하려면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지금 당장 싫은 티를 내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고 지시할 업무는 지시해야 일이 잘 돌아가는 거니까요.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면 차라리 욕먹고 미움받을 용기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과 사람은 구분되어야 해요.
일이 잘 안되면, 일을 좀 못하면! 그 사람 전체가 아닌 그 부분만 싫어하고 미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 좀 못한다고 사람까지 미워하면 조직이 돌아갈 수 없지요. 지금 그 일은 잘 못하지만, 그 사람이 다른 일은 굉장히 잘할 수 있고 언젠가는 내가 그 사람이 너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일과 사람을 분리하고 일을 못하는 건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키우고,
사람과 행동은 구분하는 능력도 키워서, 그 사람의 그 행동은 미워하더라도 그 사람 전체를 미워하지 말고,
일 하러 왔으면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 하고 난 다음에 집에 가고!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는 비겁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 책임은 뒤로 미루고, 내 의견은 그냥 접어두고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행동을 참지 않았던가?
되돌아보니 오늘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 비겁함이 하나 있습니다. 내일은 그러지 말자. 조용히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