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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Dec 22. 2015

아빠와의 재회

26년만의 아빠

아빠와의  정말 오랫만의 데이트 날

26년만인  . . .


내 기억 속의 내 아버지는 멋장이셨고 나눔과 베품과 포용을 아시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셨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와 바둑을 두시며 아옹다옹 하시던 모습이 가끔  아직도 떠오르는데  . . .

항상 아빠 보시기에 자랑스런 딸이길 하는 바램에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나  

일주일전 정한 이장 날이 다가오며 여러 상념에 조금은 무거웠던 나의 마음이었다


어제의 흐린 하늘과 달리

중국에서의 미세먼지는 내 시야에는 보이지않던 오늘의 일산 어디쯤의 하늘

그 아래

26년 전의 작은 소나무 3그루가 까마득히 큰 나무가 되버린 배경 을 뒤로 차가운 땅 속의 아빠를 만나던 날입니다

구일산의 시가지 변경으로 2년을 미루던 아빠의 묘지 이장 날을 정하던 지난 주의 착찹함이 조금은 무겁던 내 맘이었지만

막상 마지막으로 산소 앞에서 아빠께 찬양을 불러드리고 부탁드릴 말씀을 올리고 나니 개운해진 마음 어딘가에서

아빠와의 오랫만의 나 만의 데이트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렸지요


26년전

임신 5개월의 나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

뱃 속의 아가

20대 중반의 철 없던 나로서의

아빠를 땅에 보내드리던 날은 6월하고 6일

현충일날

갓 심은 작은 소나무 위로 무지개가 선명하던 기억


그리곤 쉴새없이 흘러버린 26년

그 사이 의 여러 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항상 맘 속에서 나를 응원해 주시는 아빠를 느꼈었지만


5개월의 임산부가 입관하던 당시의 아빠의 꼭 감으셨던 눈과 미소 지으시던 입가를 아직도 기억하는데 어느 새 26년이란  많은 시간들이 흘렀고. . .


시간이 안맞아 혼자 만난 아빠

실인즉,

남동생이나 엄마가 안계셔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 .


살아계실때 한 번이라도 더 뵙는것이 효도란 생각이 절실하던 시간

돌아가신 뒤의 아무리 좋은 삼베나,  관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화장터에서 남은 미련의 시간을 오래 떨구신 아빠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납골당으로 가는 내내 아빠께서 제게 꼬옥 안겨계시는 . . .


찬양이 흘러나오는 따뜻한 곳에서  잠시 쉬어가시길 바라는 딸의 마음 하나 입니다

오늘은


생전에 좋아하시던 말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시편 23장1절


오늘은 맘껏 불러드렸다

찬양도


26년전의 5개월 임산부가 아닌 이젠 50을 넘은 딸로서


문득 그런 생각이든다

아이들이 겪는 만큼 엄마로서 성장한다는 것과 부모님의 모습과 생을 달리 하신 부모님을 겪는 만큼 또 성장한다는 생각이


난 오늘 딱 또 한 걸음 더 성숙해진다

자녀로서 말이다

살아계신 엄마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아빠 몫만큼 더 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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