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편지중에서

이원규님의 글

by emily


덥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는 것조차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할만큼 덥습니다.
추울때는 추워야 하고 더울 때는 더워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만, 조금만 더 더워도 이렇게 난리이니 살아 잇다는 것이 얼마나 간사하며 또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휴가철입니다.
몇 년 전 1년 내내 1만리를 걸으며 얻어먹고 얻어 자며 1만 5천 명이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시속 4킬로미터의 느린 걸음으로 날마다 걷다가 문득 중단하니 그마저 관성에 젖어 머무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햇습니다.
날마다 '생명평화'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려 애쓰면서도 문득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지요.
중략...
모처럼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지리산을 찾아온 이들의 심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왜 모두들 한결같은지 궁금하고 또 궁금합니다.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휴가철 행태는 삼겹살이나 닭백숙을 곁들인 술판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듯합니다. 이는 계곡 주변과 청정수를 오염시키는 환경파괴 이전의 문제입니다,.
짧은 휴가철에 지리산의 푸른 눈으로 세상을 둘러볼 줄 아는 경이로운 지혜를 깨닫지는 못하더라도 지리산을 함부로 대하고 스스로를 망쳐서야ㅡ되겠는지요.
온갖 마음의 쓰레기를 치우느라 부지하세월이면 어느새 또 단풍철의 쓰레기 더미만 쌓이겠지요. 과오가 반복되는 것은 역사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휴가와 관광의 향태 또한 마찬가지인 듯해 많이 안타깝습니다.
사족으로 가수 안치환이 곡을 붙여 9집에 발표한 나의 졸시(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의 마지막 구절을 들려 드립니다.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서울 ,미국을 오가던 중에도 들고 다니는책 중에 하나

지리산편지...


내가 신혼을 보내던 광양의 5년속의 내 기억 속의 지리산이 녹아있어서일까?

계절마다 들추어보는 글중

내가 애정하는 글이다

오늘 문득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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